‘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를 앞둔 12일 오후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 경찰병력이 청와대 진입로를 차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이 이번 주 안에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 기소 시점과 수사정보 노출 우려 등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모 관계에서 박 대통령은 사실상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다 최 씨 기소 뒤에는 재판 증거로 수사 자료가 제출돼야 해서다.
이에 따라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르면 오는 주말 이전에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 대통령 조사 시기는 오는 20일인 최 씨의 구속만기일과 직결돼 있다. 그 이전에 박 대통령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40년 인연인 민간인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관계를 '승계적 공동정범'이라고 이미 규정했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안 전 수석은 최 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검찰이 둘을 공범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이유에는 그 사이 박 대통령이 낀 단서를 확보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승계적'이라는 단어에는 처음부터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범행을 모의한 게 아니라 한 명이 다른 사람의 범행 중간에 끼어든 뒤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과정에 두 사람의 사전 상의가 없었다면, 그 연결고리로는 박 대통령이 의심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재단 문제를 상의한 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모금을 지시했는지 등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될 이유가 있다.
안 전 수석은 그동안 검찰에서 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수시 보고를 했다"는 진술을 했다.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재단 모금을 앞둔 지난해 독대를 한 사실도 안 전 수석이 제출한 업무일지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 사이 재벌 총수 줄소환으로 검찰 수사는 숨가쁘게 달려가는 중이다.
구속된 '비선실세' 최순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구속된 최 씨를 기소한 뒤에는 수사기록 상당수가 최 씨 측에게 열람‧복사 가능하고 재판 과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점도 박 대통령 조사 시기와 맞물린 요소다.
검찰이 최 씨의 범죄를 어떤 구조로 파악하고 있는지, 박 대통령의 지시나 관여·개입을 어디까지 밝혔는지가 재판 단계에서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보통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해 정식 재판 시작까지 짧아도 2~3주가 걸리는 데다 추가 기소 전 최 씨를 일부 혐의로만 검찰이 재판에 넘기는 방법도 가능하긴 하다.
박 대통령이 수사의 정점에 있는 만큼 조사는 최 씨 기소 이후인 이번 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진행될 여지도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말로 박 대통령 수사에 대한 입장을 내비친 적이 있다.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는 상황을 빗대는 표현이지만 '도리에 어긋나더라도 무릅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가급적 최 씨 기소 직전이나 직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방법과 절차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