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취소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연국 대변인은 14일 밤 이번 일과 관련해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이라 당혹스럽다"면서 "하지만 청와대는 여야 영수회담을 이미 제안해 둔 상태인 만큼 형식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열리기를 기대하며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거쳐 오후 늦게 회담 취소를 결정하고 청와대에 관련 사실을 전했다. 의원총회에서 영수회담 무용론이 빗발친 데 따른 결과다.
청와대는 그동안 야당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에 공을 들여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해법을 위한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태 수습의 책임을 야당과 나눠지기 위한 행보였다.
지난 5일 '20만 촛불' 뒤 바로 한광옥 비서실장이 국회를 찾아가고, 박 대통령도 직접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무총리 추천을 국회에 당부하는 등 노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12일 다시 '100만 촛불'을 목도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전 추 대표가 먼저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나서자 한때 고무돼 있던 청와대는 결국 추 대표의 번복에 좌절하게 됐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먼저 만나자고 한 쪽이 약속을 깨버리니 답답하다"거나, "국민들이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불쾌감도 포착됐다.
하지만 정 대변인이 밝힌 입장대로 청와대는 정국 수습을 위한 대야 접촉을 계속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대국민 담화 때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이는 야당도 엉망이라는 걸 확인시킨 사례"라며 "최순실 사태는 결국 대통령 대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 대 국민의 문제라는 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