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규탄하며 시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전국 102개 대학 역사 및 역사교육 교수 561명이 국정교과서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를 강행하면 '불복종 운동'에 나서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15일 오전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 장관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특정 정권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만든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전국 중·고교생에게 강요하는 것은 시민들이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연세대 사학과 하일식 교수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압도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일부 부조리한 집단의 지시하에 국정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며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관료들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제작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도 "역사 교과서 자유발행제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퇴행적인 국정화를 정부가 선택했다는 게 서글프다"며 "당장 철회하고 역사 교육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뜻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과거 시위에서, 한 시민이 가슴에 피켓을 달고 있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동국대 역사교육과 한철호 교수는 "지난해 국정화 방침이 교육부 장관 고시로, 이의신청도 받지않고 간단하게 통과됐듯 폐기하는 과정도 간단하다"고 지적했다.
"부분고시를 통해 국정교과서를 폐기하고 원래 2017년까지 쓰기로 돼있던 검정교과서를 활용하면 된다"는 것.
교수들은 특히 정부가 국정교과서 발행을 강행하면 불매 운동을 전개할 뜻임을 내비쳤다.
고려대 사학과 정태헌 교수는 "역사 국정교과서가 보급될 경우 교과서로 인정하지 않고 학부모들이 국정 교과서를 구입하지 않도록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역사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하고 정부기구가 아닌 역사학계, 전문가, 교사들이 그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성명에 동참한 561명 가운데 21명의 교수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