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이하 '무현')와 '자백'의 동력은 무엇일까.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개봉한 '무현'은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12만 8339명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개봉한 '자백'의 누적관객수는 같은 날 12만 7215명을 찍었다.
'무현'과 '자백'이 나오기 전까지 시사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7만 3541명)이었다. '무현'과 '자백'의 기록은 기존 1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관객을 모았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이날 "국정원을 다룬 '자백'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무현' 외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없으니까"라는 말로 두 영화의 흥행 요인을 분석해 나갔다.
"매년 11월이 (극장가) 비수기이기도 하고, 지금과 같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구미를 당기는 영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자백'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무현'은 지도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을 합치면 '진실된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오동진은 "'자백'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JTBC에서 최순실의 태블릿PC를 단독 보도한 때가 10월 24일)가 불거지기 직전에 개봉했고, '무현'은 그 직후에 개봉했다"며 "'진실된 지도자'를 원하는 대중적 정서에 부합하는 작품으로서 두 영화가 자연스레 10만을 넘기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올해가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이니 그 불꼿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극장용 다큐 '무현'이 나왔고, '자백' 역시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핫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 만큼, 대중들이 동시대성을 띠고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볍게 10만을 넘긴 요소"라는 것이다.
'무현'과 '자백'의 개봉을 전후로 멀티플렉스가 관객의 요구에 걸맞은 수의 상영관을 두 영화에 내주지 않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오동진은 "어쨌든 관객들의 요청 때문에 (멀티플렉스에서) 어쩔 수 없이 스크린을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현재 대기업 총수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는데,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멀티플렉스들이 ('자백' '무현'의 상영관을 늘렸을 때의 상황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재체제에서는 천박한 상업영화들이 잘 되는 식으로, 정치적 상황이 어두워지면 영화는 잘 안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타오르는 상황에서 '무현' '자백' 등 몇 편의 작품에 관심이 몰려 있지만, 이 정국이 길어져 피로도가 높아지면 극장가도 침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빨리 하야해야 나라도 극장가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