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축구팬들은 흔치 않은 장면을 목격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 출전할 국가대표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90도로 인사를 하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장면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이 시작된 뒤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였다.
특히 이란전 패배 이후 전술적 실패를 선수들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으로 팬들의 분노가 확산하면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옷을 벗어야 한다는 분위기마저 조성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를 숙이면서 논란 해소에 나선 것이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이 중요하지만 아주 결정적인 경기는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도 최종예선 5경기가 남아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을 계속 맡고 싶다는 희망이 담긴 발언이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희망대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려 했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 출전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대로 최종예선 5경기가 남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명약관화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A조 2위로 뛰어오르면서 월드컵 본선 직행 가능성을 높였고, 슈틸리케 감독도 희망대로 감독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공교롭게 이날은 슈틸리케 감독의 62번째 생일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은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남은 최종예선 5경기에서 다시 패배하거나, 순위가 떨어질 경우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팬들 사이에선 여전히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기용과 전술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대표팀을 지휘하기 위해선 성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길밖에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