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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 '골목행진'… "광화문 못 갔었는데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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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기발랄 '골목행진'… "광화문 못 갔었는데 정말 좋다"

    도심 가두행진 한 대학생들 "더 많은 시민 만나기"

    서울지역 대학생들로 이뤄진 ‘숨은주권찾기’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신촌 창천문화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동시다발시위에 참가자들이 가면을 착용한 뒤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홍대입구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선 안 된다. 민중을 향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은 서울 도심 구석구석을 다니며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나겠다는 학생들의 바람은 성공적이었다.

    학생들의 가두행진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광화문엔 늘 가는 사람만 간다는 느낌이 있는데, 골목에서 이들을 보니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역 대학생들로 이뤄진 ‘숨은주권찾기’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신촌 창천문화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동시다발시위에 참가자들이 가면을 착용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기자

     

    ◇ "도심 가두행진 진짜 한다"

    서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15개 대학생들이 기획한 모임 '숨은주권찾기'는 15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전역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동시다발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시위는 서울 강남역과 신촌·대학로·청량리 등 4곳에서 진행됐다.

    강남 지역은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시작해 강남대로를 통과해 신사역으로 걸어갔고, 신촌은 서대문구 창천문화공원에서 홍대입구역까지 행진했다.

    대학로 지역은 마로니에공원에서 종각역으로, 청량리 지역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에서 청량리역으로 행진했다.

    이날 진행된 '숨은주권찾기 동시다발 시위'는 지난달 말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익명의 의경 출신 학생의 글에서 시작됐다.

    글에는 "야심한 밤에 꼭 청와대를 향해야 하느냐"며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강남, 신촌, 여의도 등지를 향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고, 이 글에 동조한 학생들이 모여 시위를 기획했다.

    서울지역 대학생들로 이뤄진 ‘숨은주권찾기’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신촌 창천문화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동시다발시위에 참가자들이 가면을 착용한 뒤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홍대입구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 학생들이 기획한 재기발랄 행사…"거부감 없어"

    이날 신촌 지역은 '포스트잇' 이벤트로 시위의 포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박근혜는 OOO이다"는 주제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포스트잇을 적어줄 것을 부탁했고, 학생들이 준비한 넓은 판에는 "박근혜는 껍데기다", "박근혜는 재앙이다", "박근혜는 꼭두각시다"는 등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학생들은 7시부터는 가면을 쓰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OX퀴즈', '초성퀴즈' 등을 이어갔다.

    "현 정권 이후 국가 부채는 500조원을 넘는가", "박 대통령의 대학교 시절 성적은 모두 A였나" 등의 문제가 출제됐고 정답을 맞춘 학생들에게는 손난로가 선물로 제공됐다.

    학생들의 즉석 발언도 이어졌다. 처음 집회를 나왔다던 성균관대학교 1학년 학생 서형욱 씨는 "나라가 이렇게 됐으니 투표를 잘 하자"고 말했고, 예술 대학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행동하자고 다짐하러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시위에 난생 처음 참여하는, '시위 초보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10살 아들과 함께 참여한 마포구 염창동 주민 박미영(47) 씨는 "아이를 데리고 광화문에 가고싶었는데 위험할까봐 걱정돼서 못 갔다"며 "정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마찬가지로 집회에 처음 참여한 취업준비생 강모(25·여) 씨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수줍게 말했다.

    서울지역 대학생들로 이뤄진 ‘숨은주권찾기’ 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신촌 창천문화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동시다발시위에 참가자들이 게시판에 메모지를 부착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본인을 '일반 3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마이크를 잡고 "요즘 20대들은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왔는데 오늘 이 자리에 나와보니 그간 그런 말을 했던 것에 사과한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기온은 전날보다 8도 정도 떨어진 5.3도.

    쌀쌀한 바람에 촛불이 꺼지기도 하고 초를 든 학생들의 손은 떨리기도 했지만 이날 자리에는 학생 대다수와 일부 시민 등 300여명이 자리했다.

    ◇ 동네 주민들도 '환영'…다양한 '초보 참여자'들

    자유발언이 끝나자 학생들은 홍대로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선 학생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학생들의 거리 행진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던 시민 정모(29·여) 씨는 "지난 12일 광화문에 못 갔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좋다"며 "학생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결국에는 사회 정의를 만들어낼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창천동 주민인 주부 양모(62·여) 씨는 집에서 TV를 보다 학생들의 구호 소리를 듣고 거리로 나왔다.

    양 씨는 학생들의 행진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광화문에 간 적이 없었는데, 학생들이 이렇게 동네로 오면 동네 사람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지나간 길목의 한 카페 주인 김지언(43) 씨도 잠시 카페에서 나와 행진을 지켜봤다.

    김 씨는 "사실 광화문은 늘 가는 사람만 가고 동떨어진 느낌이 있지 않느냐"며 "홍대엔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학생들이 더욱 소통을 많이 하게 되는 이런 방식이 당연히 더 좋다"고 말했다.

    홍대앞까지 걸어간 학생들은 걷고싶은거리 초입, '나무무대'에 도착해 다시 동그랗게 둘러 앉아 자유발언을 이어갔고, 행사가 끝난 후에는 가면을 벗고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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