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2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비교적 포근한 날씨 속에 전국 1183개 고사장에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됐다.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고사장에는 오전 8시 10분 입실 종료를 앞두고 오전 7시쯤부터 수험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올해는 수능 한파가 종적을 감췄고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는 등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였지만, 이들은 행여 감기에 걸릴까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있었다.
또, 이들 수험생뿐 아니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성심여고 한설희 학생은 "긴장하지 않고 평소 하던 대로 열심히 치르고 오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정유라는 금수저 물고 쉽게 대학 갔지만 그걸 뒤집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일갈했다.
학생과 함께 시험장에 나온 학부모 이은영(48·여) 씨는 "아들이 두 번째 보는 수능시험인데도 긴장되고 떨린다"며 "오늘은 꼭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별 응원전도 뜨거웠다. 새벽부터 모여든 후배들은 북이나 장구 등 각종 악기를 치면서 수험생이 들어올 때마다 함성을 질렀다.
수험생이 집어갈 수 있도록 간이 탁자 위에 간식과 담요, 커피 등을 올려놓기도 했다.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응원에 나선 학생도 눈에 띄었다.
입실 10분 전 순찰차를 타고 급히 학교 앞에 도착해 고사장으로 뛰어가는 학생은 올해도 어김없이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남학생 고사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 시험장 주변에도 수험생들이 속속 모였으며 응원 열기도 가득했다.
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7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정문. 서울 금천구 문일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지난밤 11시부터 나와 응원준비에 한창이다. 그 옆에는 기다리다 지친 학생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이박스 위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김기용 기자)
일부는 자리싸움이 치열한 까닭에 아예 전날 밤부터 나와 밤새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이들은 호랑이탈을 쓰고 '수능대박', '오늘이 전설이 될 것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등이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다.
응원을 받은 수험생 문일고 정태우 학생은 "공부한 만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하던 대로만 하면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께 앞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수험생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일부 관공서는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시험장 주변 도로에는 순찰차가 배치됐다.
◇ 올해부터 한국사 필수…지진 나면 어떻게?이화외고와 여의도고를 포함해 이날 전국 85개 지구 1183개 고사장에서 60만5천여명이 시험을 치른다.
1교시 국어영역은 오전 10시까지, 2교시 수학영역은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10분까지 진행되고, 점심시간에 이어 오후 1시 10분부터 2시 20분까지 3교시 영어영역, 2시 50분부터 4시 32분까지 4교시 한국사 및 탐구영역이 치러진다.
오후 5시부터 40분간 제2외국어 및 한문영역이 마지막으로 진행된다.
2017년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2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수험생들은 올해부터 4교시 한국사 영역을 필수로 응시해야 하며, 응시하지 않으면 모든 성적이 무효 처리된다.
만약 지진이 발생하면 시험 일시중지(1단계), 답안지 뒤집기(2단계), 책상 아래 대피(3단계) 순서로 지시가 내려진다. 지연된 시각만큼 종료 시간도 늦춰지며 급박한 경우 2단계는 생략될 수 있다.
21일까지 문제 및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거쳐 28일 정답이 확정되면 다음 달 7일 성적이 발표된다. 성적표에는 응시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 등이 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