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근무 경력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정기룡 특보. (사진=부산CBS 강동수 기자)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된 부산 해운대 초고층건물 엘시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산시로 본격 번지고 있다.
부산지검은 17일 오후 5명의 검찰 직원을 보내 부산시청 경제특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검찰은 정기룡 경제특보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엘시티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와 자산관리용역사인 엘시티AMC 대표, 엘시티 고문을 잇따라 역임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특보의 엘시티 근무 시기가 고도제한 완화와 주거시설(아파트) 도입 허용, 환경영향평가 면제와 교통영향평가 졸속 심의 등 각종 인허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정 특보가 엘시티 사업에 장기간 몸담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에서는 사업 기획과 자산관리 등 회사의 비중있는 역할을 담당한 정 특보가 어떤 형태로든 인허가상의 특혜나 로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고, 검찰은 제기되는 의혹 일체를 들여다 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선 이날 오전 정 특보는 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엘시티 비리 연루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공무상 해외출장을 다녀온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 특보는 "엘시티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인허가나 시행사 선정, 자금대출 등과 관련한 업무는 전혀 맡지 않았고 정관계 로비 등도 전혀 한적이 없다"며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정 특보는 (부동산)개발사업 컨설팅 사업을 하던 지난 2008년 평소 안면이 있던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개인적인 접촉(전화)을 통해 사업참여를 처음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말부터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책을 맡았지만 보수가 많지 않은 파트타임 근무였고, 2010년말 엘시티AMC 대표를 맡고서야 전임으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프로젝트 기획 등 사업개발 분야를 맡았는데, 건물에 어떤 임대시설을 유치할지와 호텔· 워터파크· 디자인· 설계 등 대단히 전문적인 분야와 해외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인허가 업무는 기술직군이 맡았고, 나는 시청 근처에 가본 적도 없다"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업무도 설명자료를 만들긴 했지만 , 실제 자금유치 업무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사진=부산CBS 강동수 기자)
이영복 회장이 불법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정관계 로비를 벌이는 등의 비정상적인 경영행위를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몸담았던 당시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이 대단히 나빴다"면서 "부산시민이 기대하고 있는 복합관광시설 사업이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단히 힘들게 일하던 때였다"며 에둘러 부인했다.
자신이 사장으로 일한 AMC는 한낮 용역회사일 뿐이며, 엘시티PFV가 맡기는 자금을 운용하는 한정된 일이어서 전체적인 회사 운용 상황도 알 수 없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그는 엘시티 아파트 한채를 개인적으로 분양받긴 했지만, 청약에서 탈락한 뒤 분양사무소로부터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겠냐는 제안을 받아 매입한 것이라며 엘시티 측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 특보는 "엘시티 사업은 개인적으로 고생도 많이 했고 애착이 가는 경력"이라며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처럼 특혜로 이뤄진 부실사업이 아니라 충분한 사업성 검토를 통해 합법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정 특보의 이같은 해명에도 검찰 수사의 칼 끝이 정 특보를 정면 조준하면서, '엘시티 비리 의혹'이라는 거대한 불길이 부산시에 본격적으로 옮겨붙을지 주목된다.
한편에서는 과거 부산지검 동부지청의 인허가 비리 의혹 수사와 이달 3일 부산시 도시계획실 등에 대한 부산지검의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했던 정 특보를 뒤늦게 조사하는 배경이 뭐냐며 '뒷북 압수수색'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