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 소속 전,현직 언론인들이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언론·방송학자 400여명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로 퇴색된 현 시국을 우려하며 박근혜 정부와 공영방송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 언론·방송학자 484명은 17일 공동으로 '언론을 바로 세워야 나라가 산다'는 시국선언문를 통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있는 해결과 정부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시국선언문에서 언론·방송학자들은 "국정 운영의 책임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에 한 뿌리처럼 연결되어 있다"면서 "선출된 권력 스스로가 헌법적 가치와 민주적 질서를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들은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직시하며 "작금의 국정농단과 국정마비 사태에 언론이 상당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언론이라도 바로 섰더라면 이러한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한국 언론이 본분에 소홀했던 주요 원인에 대해선 방송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꼽았다.
언론·방송학자들은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은 국민의 입과 눈이 되기보다는 권력의 호위병으로 기능했다"며 수많은 비판 프로그램들이 폐지되고, 양식있는 언론인들이 길거리에 내몰린 현실을 지적했다.
덧붙여 "그 결과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언론, 조롱거리가 되는 공영방송이 현재 한국 언론의 민낯이 되고 말았다"며 자책했다.
하지만 이들은 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본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사회적 공기로서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언론을 올바로 세울 것이라 밝혔다.
언론·방송학자들은 마지막으로 "현 시국에 대한 우려와 책임감을 절감하며, 차제에 언론이 자신의 본령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학자적 양심에 따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