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채점도 안하고 바로 달려왔어요." (예일여고 3학년 전모 양)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일부 수험생들이 정답 확인을 뒤로 미루고 '박근혜 하야' 집회부터 참석했다.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회원들이 17일 저녁 7시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진행한 ‘박근혜 하야 고3 집회’에는 수험생 60 명(주최 측 추산)가량이 모였다.
이들은 '나라를 위한다면 제발 하야하세요', '사람답게 살고싶다', '이렇게 옹졸하게나마 반성 하렵니다. 왕궁의 음탕에 무관심했음을', '근혜야 자괴감들면 내려오자' 등의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예일여고 남모(19) 양은 "대통령님께서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으면 그만 하시고 내려오셔야 한다"면서 "그러면 저희가 한없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고3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촛불 민심을 외면하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박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구로고 이모(19) 군은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이 투표해서 가진 자리"라며 "국민이 거부하면 언제든지 그 자리 뺏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삼켜왔던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동광고 3학년 강모(19) 양은 "유치원부터 배워왔던 흔한 동화 속 권선징악을 믿고 살아온 건데 모든 것이 그렇게 무너진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수능 때문에 참석을 못 하다 오늘 끝나고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 후 종로구 청계광장으로 이동해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집회에 합류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오후 9시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허도담 군이 주최한 '청소년 정치참여 투표독려 집회-수능날 봅시다'가 청소년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허군은 "김포에서 수능을 치르고 바로 왔다"며 "1998년생인 고3 수험생이 다가오는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권을 갖는 학생이라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들은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가 서울 광화문광장 예술인 캠핑촌에서 열린 공연에 참석했다.
이 공연에는 킹스턴루디스카와 허클베리핀 등 인디 밴드들이 출연해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등은 오후 6시 30분부터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집회를 벌인 후 대검찰청 앞까지 행진했고,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오후 7시부터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