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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노벨상 불참 밥딜런... 못 감과 안 감 사이"

문화 일반

    임진모 "노벨상 불참 밥딜런... 못 감과 안 감 사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진모(음악평론가)

     

    지금 흐르는 노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죠. 그런데 밥 딜런의 마음도 Blowin' In The Wind, 바람만 아는 걸까요?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가 나고도 한참 동안 묵묵부답이던 그가 발표 16일 만에 ‘영광이다’, 짤막한 소감을 밝히더니 이번에는 12월에 있을 시상식에 참석을 못 한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불참 이유가 ‘선약이 있어서’, 선약 때문에 시상식을 못 간다고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참 이게 못 가는 걸까요? 안 가는 걸까요? 불참 선언으로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가수 밥 딜런에 대한 얘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짚어보죠.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임진모>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실은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부터 좀 수상하기는 했어요. (웃음) 좋다, 싫다 아무 반응이 없었잖아요? 그러다가 보름 만에 입장을 내놓기는 했어요?

    ◆ 임진모> 네. 노벨문학상 선정이 되고요. 밥 딜런이 너무 어떤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주최 측, 한림원 쪽에서도 약간 불쾌했던 것 같고요. 그게 또 밥 딜런한테 전해지면서 아주 복잡한 상호감정이 생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또 밥 딜런 입장에서는, 참 이상했던 게 뭐냐하면, 여태까지 주는 상에 대해서 그렇게 거부라든가 불쾌함을 나타낸 적은 없었거든요. 예를 들자면 2012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프리덤 메달상을 준 적이 있거든요.

    ◇ 김현정> 자유의 메달상이라는 걸 줬어요, 밥 딜런한테.

    ◆ 임진모> 네. 자유의 메달상이라고 보통 이제 얘기하는데. 그 상을 줄 때도 냅다 가서 받았어요, 사실.

    ◇ 김현정> 그래요? 저는 밥 딜런이 원래 상 같은 걸 안 좋아하는 사람이고, 시상식에 잘 안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 임진모> 아닙니다.

    ◇ 김현정> 아니군요?

    ◆ 임진모> 그래미상도 열두 번이나 받았는데요. 그때 다 나갔어요.

    ◇ 김현정> 다 나갔어요? 그러면 도대체 이번에는 왜 이렇게 반응도 없고 그런 건가요?

    ◆ 임진모> (밥 딜런) 이분은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들이 나보고 전설이라 그러고 나를 갖다가 음악에 대해서 귀재라고 얘기하고 그런 것까지 내가 참겠다’, 그러나 ‘나를 두고 무슨 구세주니 메시아니 이런 표현 쓰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이건 뭘 말하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밥 딜런에게는 음악 쪽에서 하는 얘기들은 그래도 자기가 음악을 하니까 이해가 되는데, 언론의 재단, 그리고 이제 외부 기관에서 평가하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몹시 혐오스럽게 반응한 적이 과거에도 있어요.

    ◇ 김현정> 왜 누가 나를 평가하느냐, 왜 내가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 이걸 굉장히 불쾌해하는 거군요?

    ◆ 임진모> 그런 걸 싫어하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그래서 밥 딜런은 자기가 앨범을 내잖아요. 그러면 내버려 둬버려요. 일일이 설명하고 이러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즐겨요, 그걸. ‘알아서 해석해보시라’.

    ◇ 김현정> 알아서 해석해 봐라?

    ◆ 임진모> Like a Rollin’ Stone 같은 노래도 아직도 이 사람이 이게 어떤 거에 대한 노래라는 것을 속 시원하게,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한 적이 없어요.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김현정> 그러면 그래미상 같은 데는 그래도 흔쾌히 나갔던 건, 음악 관련된 거니까 그런 건가요?

    ◆ 임진모> 그건 음악으로, 나 자신의 음악을 인정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다시 노벨상 수상을 좀 돌아와서 이번에는 선약이 있어서 못 가겠다는 건 물론 진짜 선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웃음) 아니, 노벨상 시상식에 가려면 얼마든지 그거 미룰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결국은 안 가는 거네요, 못 간다기보다는?

    ◆ 임진모> 그러니까 못 갈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안 가는 거와 못 가는 것의 복합감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한림원도 이번에 약간 도도하고 무례하다고 표현을 한 것이 밥 딜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밥 딜런은 거기에서, 언론이든 외부 기관이든, 아니면 음악 산업이든, 자기에 대한 재단이나 평가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혐오한다는 것, 그런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한림원 측에서는 어쨌든 시상식 불참을 수용했습니다. 그러십시오 하고.

    ◆ 임진모> 네. 수용했어요. 서로 어느 정도는 (양해를) 주고받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양해는 된 상황인데, 한림원에서 그러면서 밥 딜런에게 왜 노벨상 수상자들은 시상 후 6개월 내에 관례적으로 강연 하나씩 하잖아요. 그것만큼 꼭 해 주십시오 부탁을 했거든요?

    ◆ 임진모> 네. 그것도 자신 없습니다, 저는. 제가 볼 때는 밥 딜런이 이미 노벨상 부분은 감정적으로 물 건너갔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밥 딜런에 대해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음악계 쪽에서는, 일각에서는요. 노벨문학상 수상한 것을 대단한 영광과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저마저도 괜히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받았다고 하니까 제가 받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웃음) 맞아요.

    ◆ 임진모> 보상받은 느낌 있잖아요.

    ◇ 김현정> 많이 좋아하셨어요.

    ◆ 임진모> 네. 그런데 이렇게 안 간다 그러고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것 또한 약간의 기쁨의 감정이 생겨요, 저도.

    ◇ 김현정> (웃음) 그건 왜 그럴까요?

    ◆ 임진모> 아니, 그러니까 (한림원에선) ‘이거 받아요’ 이런 식으로 마치 하사하듯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그냥 냅다 가서 그냥 좋다고 얼싸안고 이런 게 아니라요. 약간은 떨어져서, ‘나 선약이 있어서 못 가. 앞으로 (강연) 그것도 난 모르겠어.’ 이거 왠지 모르게 굉장히 쿨하고. 그래서 저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을 안 하고요. 이 말씀은 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어떤 거요?

    ◆ 임진모> 우리 문학도 그렇고 이 음악도 그렇지만은 딱딱 끊어지는 게 아니에요. 딱딱 끊어지는 건 정치, 경제, 사회지, 우리 문화예술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모호함의 경계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노래 하나도 이렇게 해석되고 저렇게 해석되고 어떻게 다의적으로 펼쳐집니까? 그러니까 그게 저는 모호함의 미학이라고 보는데요. 밥 딜런은 그걸 진짜 즐기는 사람이에요. 모호함과 경계 이런 거를.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예술을 자꾸 우리의 고정관념 가지고서 선을 긋지 말아라?

    ◆ 임진모> 네. 밥 딜런이 제일 싫어하는 건 바로 그겁니다. 고정관념.

    ◇ 김현정> 알겠습니다. 참 신비한 예술가입니다, 밥 딜런.

    ◆ 임진모> 멋지지 않아요?

    ◇ 김현정> 멋있어요. 멋있는 거 맞고요. (웃음) 강요하지는 마세요.

    ◆ 임진모> (웃음) 알겠습니다.

    ◇ 김현정> 노벨상 시상식에 불참한다는 선언이 워낙 이례적인 일이다 보니까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서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는 밥 딜런은 어떤 사람인가, 들여다봤습니다. 임진모 씨 고맙습니다.

    ◆ 임진모>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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