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11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3명을 일괄기소하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사실상 '피의자' 즉, 범죄 혐의자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과 3명의 공모 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해 공소장에 기재할지 주목된다.
◇ 재단기금 모금 '지시·공모' 정황
1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제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 로터리로 행진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을 '연결고리'로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774억 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요구 또는 부탁을 받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의혹이 있다.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의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8일 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과 최 씨의 '직거래'가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다 등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역시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기업체 출연으로 민간재단이 만들어진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고 했다"며 두 재단 설립이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범행의 '주범'으로 박 대통령을 지목한 만큼, 공소장에 대통령의 이름을 뺄 수 없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만약 대통령의 이름이 빠진다면, 공모 관계를 설명할 수 없을뿐 아니라 범죄 구성요건이 허술해지면서 두 사람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뇌물죄'까지 적용되나?
1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제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 로터리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검찰은 또 안 전 수석이 제출한 다이어리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하며 두 재단 기금 모금을 요청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대기업 간 거래에 '대가성'이 확인되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특히 SK와 롯데, 부영과의 '거래' 의혹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 사면 ▲부영그룹 세무조사 ▲롯데그룹 검찰수사 등 각 기업의 현안 해결 청탁과 기금 모금에 관련성이 상당하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삼성 측이 35억 원을 독일로 건너가 최 씨에게 '직접' 전달한 의혹도 대가성 의심을 받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법원이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대통령의 광범위한 직무를 인정하면서 기업의 금품 제공에 대가성이 없어도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의율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 청와대 문건 유출 '지시' 의혹
청와대 문건유출 등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 호송차에서 하차하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을 최 씨에게 건넨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대통령 연설문과 국정 운영 관련 문건이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서 발견됐다.
검찰은 또 압수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을 "최 씨에게 보여주라"고 지시한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박 대통령이 보낸 '(이거) 최 선생님에게 컨펌(confirm·확인)한 것이냐'고 묻거나 '빨리 확인 받으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을 최 씨에게 유출한 사실을 인정했다.
결국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뇌물죄 적용도 유력하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기 때문에, 검찰은 박 대통령을 기소중지하고 하야·탄핵·임기만료 등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