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임시 이전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기억교실에서 유가족 박정화씨가 고(故) 조은정양의 유품을 보고 있다. (사진= 구민주 기자)
"이 많은 아이들이 못난 대통령 때문에 희생된 거에요."
21일 오전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기억교실'이 임시 이전 이후 복원·재현 작업을 거쳐 일반에 다시 공개됐다.
개방 첫 날, 이곳을 찾은 유가족들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들의 억장은 또 시 무너져 내렸다.
'설마 설마' 했던 대통령의 7시간. 세월호와 함께 아이들이 '수장'돼 가던 그 7시간 동안 대통령은 뭘 했는지, 아직도 속 시원히 밝히지 않고 있는 정부를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고(故) 조은정 양이 사용했던 9반 교실에 들러 책상을 어루만지며 흐느껴 우는 조양의 어머니 박정화 씨.
박 씨는 "얼마든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던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뭐했는지 궁금하다"며 "배 안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괴로웠겠냐.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면 자꾸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솔직히 뉘우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故)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 역시 김초원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3반 교실을 찾았다.
교탁을 어루만지던 김 씨는 "너무 참담하다. 정부가 계속 거짓말만 하니 화가 난다"며 "근무했다고만 하지 말고 그 시간에 뭐 했는지 대통령 본인 입으로 사실을 밝혀줬으면 좋겠다"며 한숨 지었다.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기억교실. (사진= 구민주 기자)
4·16 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은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유가족들의 분노가 상당하다"며 "세월호 사고 당시 언론에 공개된 대통령의 발언조차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트를 개설해 해명하고, 대변인을 통해서 공식적 입장을 내는 것은 국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하는 것은 물론,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된 기억교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이후 2019년 5월로 예정된 4·16안전교육시설이 건립되면 교육시설 내 추모공간으로 이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