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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벽 대신 꽃벽 기획자 "경찰청장 호응, 기쁜데 씁쓸"

사회 일반

    차벽 대신 꽃벽 기획자 "경찰청장 호응, 기쁜데 씁쓸"

    "내일 꽃스티커 9만장 준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강훈 (‘꽃벽을 차벽으로’ 기획, 제작 작가)

     

    이번주 토요일에 상당히 많은 수가 광화문에 모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벽이 하나 있죠. 바로 거대한 경찰차 벽입니다. '이 벽을 넘지 마시오' 하고 막아선 차벽, 사실은 위압적인 공권력의 상징으로 느껴져서 만날 때 썩 유쾌하지만은 않죠.

    그런데 지난주에 한 예술가가 시민들에게 꽃모양의 스티커를 나눠줬습니다. 그러면서 ‘저 경찰차벽에다가 이 꽃 스티커를 붙이세요. 꽃벽으로 바꿔봅시다.’ 이런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주말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어떤 폭력도 없이 평화적으로 끝이 났죠. 오늘 화제 인터뷰 꽃벽 퍼포먼스를 벌인 그리고 이번 주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강훈 작가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이강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 이강훈>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내일도 광화문광장에서 꽃 뿌리시는 거예요?

    ◆ 이강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난번에는 꽃 스티커를 한 2만 9000여 장 뿌리셨다고 제가 들었는데 이번에는 몇 장 준비하셨어요?

    ◆ 이강훈> 이번에는 스티커 9만 2000장과 포스트잇 5만 장을 합쳐서 10만 장 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3배 이상이 느는 거네요? 아니, 왜 이렇게 많이 늘리셨어요?

    ◆ 이강훈> 지난주에 해 봤더니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요. (웃음) 그리고 2만 9000장으로는 실제로 차 몇 대 정도밖에 붙일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아예 조금 더 많은 차에 붙여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 김현정> 지난번에는 2만 9000장으로 몇 대나 되던가요?

    ◆ 이강훈> 10여 대 정도?

    ◇ 김현정> 아, 10여 대 정도? 그러면 10여 대 꽃밭이 지난주에 생겼다면 이번에는 30대의 꽃밭이 생기겠네요? (웃음)

    ◆ 이강훈> 그 이상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1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제4차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차벽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평화를 상징하는 꽃 등의 수많은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김현정> 그런데 그게 스마일 스티커일 수도 있고 하트 스티커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왜 하필 꽃입니까?

    ◆ 이강훈> 전통적으로 꽃이 어떤 집회에서 평화의 상징의 역할을 해 왔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처음에 나눠주면서 '여러분, 이거 차벽에다, 경찰 차벽에다 붙이세요' 하니까 어떻게 시민들이 선뜻선뜻 붙이시던가요?

    ◆ 이강훈> 반반이었어요. 어떤 분들은 일단 경찰 차벽에다가 뭔가를 붙인다는 건 어떤 훼손의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위법성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약간 주저주저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금방 몇 분이 붙이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이 됐었죠.

    ◇ 김현정> 그러면 시민들은 그렇다치고 경찰은요? 경찰은 이거 좀 막아섰을 것 같은데요?

    ◆ 이강훈>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러니까 처음에 스티커가 몇 개 안 붙어 있을 때는 그걸 계속 옆에서 떼고 그랬었는데요.

    ◇ 김현정> ‘붙이지 마세요.’ 이러면서 제지도 좀 하고.

    ◆ 이강훈> 네. 그런데 점점 많은 분들이 붙이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거죠.

    ◇ 김현정> 여러 가지 장면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아이가 붙이는 장면,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작가의 눈에 띈?

    ◆ 이강훈> 저는 부모님들이 어린아이들을 한 초등학생이나 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차벽 앞으로 가서 거기서 직접 스티커를 주면서 붙이게끔 하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다른 이유보다도 사실 어떤 저희가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항을 의미하는 것인데 굉장히 지금까지는 어떤 평화적인 시위라는 것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어떤 위법?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게 평화적인 위법시위였어요.

    ◇ 김현정> 평화적인 위법시위? 말이 좀 모순된 것 같은데요?

    ◆ 이강훈> 저희가 흔하게 생각하면 위법이라는 건 굉장히 폭력적인 거라는 어떤 선입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사실 차벽에 스티커를 붙인다는 행위 자체는 어떤 그런 폭력성은 저는 없다고 판단을 했고요. 하지만 이게 어떤 위법성이 있다고 했을 때 저는 이게 하나의, 조금씩 뭔가 더 저항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어린아이가 그걸 붙였을 때 어떤 그런 기억이 지금 현재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그러한 공권력의 금기들을 조금씩 유연하게 깨나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그러니까 평화적인 시위는 맞습니다마는 평화의 테두리에 갇혀서 뭔가 우리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저항하지 않는, 그것도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신 거군요?

    ◆ 이강훈> 네, 맞습니다. 저는 지금 평화시위의 어떤 프레임을 조금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이거는 조금 다른 발상의 전환이네요. 평화는 평화되 우리가 저항할 수 있는 건 저항하자. 그것이 바로 꽃 스티커였다?

    ◆ 이강훈> 네.

    ◇ 김현정> 그런데 일각에서는 의미는 굉장히 좋지만 그걸 일일이 떼야 하는 의경은 무슨 고생이냐? 그런 얘기들도 하시지 않아요?

    ◆ 이강훈> 네. 맞아요. 실제로 현장에서도 그러한 말씀을 하시는 시민분들도 계셨고요.

    ◇ 김현정> 그런데 의외로 그다음 날 경찰청장이 인터뷰를 했어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이런 책이 있는데. 우리를 때리시는 것 보다 꽃을 붙여주니까 훨씬 낫네요. 일부러 떼지 않고 그냥 두겠습니다.’ 이랬다면서요, 경찰청장이?

    ◆ 이강훈> 네, 저도 그 뉴스를 봤습니다.

    ◇ 김현정> 들으시고는 어떠셨어요, 작가 입장에서?

    ◆ 이강훈> 처음에는 제가 의도한 게 뭔가 잘 통했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조금 잠깐 기뻐했었는데요. 그런데 하루 정도 지나고 생각을 해 보니까 이분이 이 차벽을 끝까지 없애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웃음) 조금 전략을 바꿔봐야겠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 김현정> 좋으면서도 불쾌한? (웃음) 그래요. 여하튼 ‘붙이지 마세요.’ 가로막지 않은 건 그래도 그건 성과네요? 좀 나아진 거잖아요, 전보다.

    ◆ 이강훈> 그렇죠.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이번 주 그러니까 내일이죠. 내일 광화문집회에서 이 꽃 스티커를 받아들 분께 마지막으로 짧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 이강훈> 이 퍼포먼스의 키워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평화적인 위법시위입니다. 그래서 평화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저항이고요. 저는 이게 당장 크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우리가 가지고 있는 뭔가 하지 마라의 어떤 그런 금지의 언어들을 조금씩, 조금씩 뛰어넘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더 많은 분들이 좀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현정> 시위의 또 하나의 문화, 발상의 전환, 하여튼 좀 신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일도 광화문에 예쁜 꽃밭 기대하면서 오늘 고맙습니다.

    ◆ 이강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화제 인터뷰 광화문 꽃벽 퍼포먼스를 벌인 작가죠. 이강훈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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