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우리 마음이 살아있는 진정한 촛불입니다. 그 어떤 눈보라에도 우리 마음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추위도 눈비도 촛불 민심을 꺼뜨리지 못했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민심의 분노는 뜨거웠고 외침은 한층 커졌다.
26일 박근혜 퇴진 제4차 시국대회가 열린 대구 중구 반월당 거리는 촛불로 또 한번 타올랐다.
비 내리는 추위 속 2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넘어 '박근혜 체포·구속'을 외쳤다.
이번 시국대회에도 지역 시민 수십 명이 무대에 올라 시국을 꼬집었다.
위안부 할머니, 공무원노조, 언론노조, 교수, 변호사 등 다양한 위치의 시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시국발언을 했다.
국정농단 주범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향한 비판의 홍수 속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하나된 민심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감시의 촛불을 꺼뜨려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박근혜 퇴진 대구 4차 시국대회에 2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 촛불을 밝혔다.
변호사로 활동하는 한 시민은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쓴 여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 독선과 고집으로 대한민국엔 장편 막장 대하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임대 기간은 이제 끝났다. 강제집행 당하기 전에 더 이상 민폐 끼치지 말고 빨리 방을 빼라. 그것이 당신에게 속아서 청와대를 내어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 배려이고 예의"라고 지적했다.
2년 넘게 총장 공석 사태가 빚어진 경북대학교 이형철 교수도 이날 무대에 올라 쓴소리를 냈다.
그는 "부당한 부역자가 똬리를 트는 판국에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는 것만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장 공석 사태는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또 다른 결과물"이라며 "저 역시 부패한 정권이 대학을 길들이지 못하도록 정의와 진리를 구현하는 대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을 쓰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창윤씨는 직접 쓴 시를 낭송하며 시국을 비판했다.
"안온한 자기 삶에 매몰되어 세상 불의에 눈 감고 귀 막는 동안 재벌과 결탁한 정치권력은 서민과 농민의 목줄을 죄어왔고 급기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중략)빼앗긴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컴컴한 이 시대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혁명의 새벽은 달려야 한다/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외쳐야 한다/저들이 물러갈 때까지 /진정한 국민 주권을 실현할 때까지."
26일 대구 4차 시국대회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용수(89)씨가 자유발언 무대에 섰다.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이날 자유발언 무대에 올라 울분 섞인 성토를 이어갔다.
이용수(89)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28일 정부는 일본과 합의했다. 참 어처구니없다. 나는 합의한 적이 없다. 도장 찍은 일이 없다"며 "지가 뭔데. 지 까짓 게 뭔데 나를 두 번 세 번 죽이냐"며 핏대를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대구가 뽑았다. 이제 대구가 끌어내려야 한다. 절대 그냥 둘 수 없다. 우리 다같이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는 이 할머니의 외침에 청중은 환호를 보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이번 4차 집회에는 대구 시국대회 최초로 초등학생이 시국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26일 대구 시국대회 최초로 10세 초등학생이 자유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장하은(10) 양은 "제 나이가 올해 10살로 어리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렇게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어서 자유발언 무대에 섰다"며 또박또박 발언을 시작했다.
"한 두 명도 아닌 수많은 사람이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꿈쩍도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답답하다. 벌 받아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대통령직에서 권력을 누리고 있으니 국민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않나"고 지적하자 청중의 호응이 쏟아졌다.
"여러분 모두 정치에서 눈을 떼지 말아달라. 우리가 정치에서 조금이라도 눈을 돌린다면 또 하나의 박근혜 대통령이 생겨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이대규씨는 "거리에 나와 촛불은 든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을 꺼냈다.
"여당 의원 눈에는 우리가 든 것이 바람이 불면 꺼지는 그냥 촛불로만 보이나. 여기에 모여있는 우리,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들불이다. 바람이 불면 우리 들불은 더 활활 타오른다. 뜨거운 들불의 불꽃처럼 시민의 뜨거운 함성으로 정권을 모조리 쓸어버리자"고 하자 청중의 함성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1시간 30분 동안 시국발언이 이어진 후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이 적힌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행진을 끝낸 저녁 8시 '김제동과 함께하는 만민공동회'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언론노조 대구경북지역 협의회는 이날 대구 2.28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지금 지역민의 믿음은 배신감으로, 자부심은 수치심으로 변했다"며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