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11/12월호)는 25주년 기념호로서, 그동안 다루어왔던 주요 주제― 농업, 기본소득, 원자력, 4대강, 문학(詩) 등등을 되짚어보는 기회로 삼았다.
'무위당 장일순의 생명사상과 21세기 민주주의'에 대해 김종철 발행·편집인이 글을 실었다. 김 편집인은 “서구식 민주주의는 따지고 보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의한 착취와 수탈의 산물”임을 지적하며 “생명공동체 전체의 조화와 공생을 지향해야 하는 21세기에는 맞지 않다”는 혜안을 보여준 고(故)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은 “개인적 윤리의 차원을 넘어 진실로 인간적인 사회를 위한 이 시대의 가장 탁월한 정치사상”이었다고 말한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가 4대강사업 이후 5년이 된 지금, 4대강 현장을 직접 탐사하여 실태를 확인하였다.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김익중 교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위에 세워진 26개 핵발전소가 지진에 안전하다고 믿어도 좋은지, ‘사실’만을 요약하여 정리하였다. 윤병선 교수는 수십 년 이어진 한국정부의 살농(殺農)정책 아래에서 농촌·농민·농업의 몰락이 끝이 안 보이는 현실 속에서,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희망이 있는지 짚었다.
151호는 새로운 세계적 동향과 함께 국내의 자생적 움직임에 주목한다. 하승우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좌우를 넘어서 민중이 (실질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데모크라시)를 위한 운동들이 실력을 갖추고, 대중의 지지를 얻으며 부상하고 있는 스페인의 현장을 찾았다.
특히 에코페미니즘(생태여성주의)이라는 운동이자 신사회의 원리가 무엇이며, 왜 최근에 한국사회에서 이것이 대두하고 있는지를 묻는 좌담 <에코페미니즘―새판짜기의 비전과="" 실천="">은, 가부장제와 결합된 자본주의·성장주의는 생태운동뿐만 아니라 여성운동이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모두를 위한 여성주의” 운동이 가져야 할 생태적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흙수저’, ‘헬조선’의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인식하고 근본적으로 바꾸어나가는 데 있어서, 앞으로 에코페미니즘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인으로서 흥미로운 글은 케네스 루오프 미국 포틀랜드대학 교수가 쓴 <한국의 박물관들은="" 역사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가(1)="">이다. 지면 사정으로 이번호에서는 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논의가 국한되었지만, 저자는 우리 한국인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승계하는가를 보여주는 공식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박물관의 전시들을 실증적으로 비교·비판하고 있다.
나희덕 시인의 <시, 고통에게="" 말="" 걸기="">, 추사 김정희와 그의 제자 이상적과 전기의 삶을 따라간 전호근 교수의 <스승과 제자=""> 제5편 그리고 김해자·양인리 시인의 시는 문학적 향취를 불어넣는다. <경향신문> 특파원 손제민 기자의 <미국에서 본="" 북핵문제="">나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의 <‘자이니치’를 통해 미국을 다시 생각한다>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평화에 어떤 역할을 해왔고, 할 수 있는지 독립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자본과 시장기구의 역할을 통한 평등사회를 지향했던 특이한 경제학자 제임스 미드의 경제사상은 강남훈 한신대 교수가 요약 정리했다. 예술가의 현실적인 관점을 보여준 <기본소득 또는="" 행복한="" 환상="">과 함께 기본소득의 의의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20세기 인디언사회의 모습을 통해 지금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국가’와 ‘사회’의 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북미 인디언과="" 그들의="" 나라(4)="">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서평 난에서는 전태일의 어머니,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평전과 가습기살균제 재앙을 들여다본 《빼앗긴 숨》을 다뤘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살펴보며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는 기후변화 논의와 대응에 있어서 중층적인 문제와 한계들을 다시 살피고 있다.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