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횡령한 돈이 당초 알려진 570억원에서 80억원 늘어난 650억원인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돈 가운데 거액의 돈이 수표 형태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흘러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부산 CBS 김혜경 기자)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수표가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은 이 수표 가운데 일부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흘러간 증거를 찾아 조만간 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어서 엘시티 비리 의혹과 관련된 정관계 인사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이 회장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특수관계회사와 페이퍼 컴퍼니 10여 곳의 자금 흐름을 광범위하게 추적한 결과 거액의 수표가 빠져나간 사실을 28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 회장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횡령금액이 당초 알려진 570억원에서 80억원이 더 늘어난 650억 원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 가운데 수십억원 상당이 상품권, 현금 등의 형태로 빠져나갔는데 검찰은 이 돈이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계좌를 통해 돈이 흘러간 경로를 추적하다 거액의 수표 형태의 뭉칫돈이 현기환 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흘러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상품권과 수표는 무기명이어서 추적이 힘들지만 상품권을 쓰고 현금 영수증을 발급받거나, 마일리지를 적립할 때는 매장에서 상품권 번호를 적어두기 때문에 간혹 100장 가운데 한장 정도가 추적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전국에 있는 골프장 14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를 분석한 결과 현 전 수석이 이 회장과 함께 수십차례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29일 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본격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데다 이 회장이 도피 중 현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다시 의혹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특히, 지역 정가에서는 두 사람이 호형호제를 하며 서울과 해운대에 있는 고급 술집에 자주 출몰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전 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던 지난해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속하며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엘시티 시행사가 부산은행을 주간사로 한 대주단으로부터 1조78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는 데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를 포함해 현 전 수석이 18대 국회의원 시절 엘시티 건설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현 전 수석이 2009년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 통과로 엘시티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았다는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에 대해 알선수재나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현 전 수석과 관련된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만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엘시티와 관련된 정관계 인사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