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변호사(사진=JTBC '썰전' 제공)
'나에게 정부는 없다/ 단 한 번도 정부를 상상하지 않았다/ 막연한 것들에 둘러싸여 막연한 일로 싸우다 잠드는/ 정말 개 같은 꿈의 시간이었지만/ 단 한 번도 개와 함께 마시지 않았다/ 개와 함께 잠들지도 않았다/ 꿈속에서 비로소 나는 개를 물었다/ 나는 상상할 필요조차 없는 싸움에 너무 지쳤다/ 집으로 가고 싶다/ 과거의 집으로 돌아가 너른 대청이나 수선해서/ 정부와 퍼질러 앉아 제대로 취해 보고 싶다' - 전원책 시 '낮술1'의 일부
정치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원책 변호사가 시집을 내고 시인으로 돌아왔다.
전 변호사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스물두 살 때인 77년도에 100만 원 고료 한국문학 신인상에서 연작시로 등단을 했다"며 "이후 10년을 쉬면서 법조계에 들어왔고, 90년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재등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학하는 사람들은 저를 다 시인으로 안다"며 "정치평론가, 변호사로 아는 사람은 (문단에서) 적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방송을 통해 앞에서 소개한 시 '낮술1'을 낭독한 뒤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는 정부의 통치를 받는다. 우리가 뽑은 대표자인 대통령과 권력자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정부가 없다'는 것은 (저 스스로) 누구에게도 지배 받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연애시도 한 편 낭독해 달라는 김현정 앵커의 요청에 전 변호사는 "아주 오래 전에 쓴 시를 버려두고 있다가 이번에 보고 '내가 이렇게 좋은 시를 썼나'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시 '슬픔은 강물처럼'의 일부를 소개했다.
'다들 집에 이르게 하소서/ 추운 길 위에서 떨고 있는 이들을 온전히 돌아가게 하소서/ 낙엽은 흙으로 가게 하고 바람은 하늘로 가게 하고/ 슬픔은 강물처럼 흘러가게 하소서'
전 변호사는 '유명세를 실감하나'라는 물음에 "유명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얼굴이 팔리니 어디 가서 나쁜 짓을 못한다"며 "제 아내는 만족한다. 아무리 팽개쳐 둬도 밖에서 나쁜 짓 못한다고 확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에 입문할 뜻이 없냐는 물음에는 "가끔 가다 '사람이 없으니 정치하라'는 말을 듣는다. 우리 보수의 차세대 주자들이 올망졸망한 후보들 밖에는 안 보인다고 생가하는 것 같다"며 "저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 새로운 사람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농담으로 대통령이 하고 싶다고 하는데, 생각 같아서는 (대통령이 돼) 우리 사회를 확 바꿔놓고 싶다"면서도 "통치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너무 많다"고 했다.
"첫 번째로 수많은 아젠다에 대해 이해하는 지식이 요구된다. 두 번째, 용기와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정직함에서 뒷받침된다. 세 번째는 용인술이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그런데 나에게는 용인술이 없다. 귀가 너무 얇아서 용인술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며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은 농담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