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대표들(좌측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난맥상에 빠졌던 야당이 다시 입장을 통일하고 재결집했다. 이에 따라 탄핵국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게 됐다.
야3당은 2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9일 표결 처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2일과 5일 등을 놓고 혼선을 빚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원하는 날짜로 택일한 것이다.
앞서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에게 4월말까지 사퇴할지 여부를 7일 오후 6시까지 밝혀달라고 최후통고했다. 이들은 사퇴 전까지 2선 후퇴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또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 퇴진과 관련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해석이 나뉠 수 있다는 점이다.
◇ 야당 "퇴진협상 응하지 않겠다"…朴 '4월 사퇴' 약속해도 실타래 꼬여일단 야3당은 박 대통령의 4월말 사퇴 등 기한부 퇴진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탄핵 외길을 걷고 있다. 따라서 ‘퇴진 조건’을 놓고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이미 2차례의 대국민담화를 어긴 대통령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명예로운 퇴진'을 운운할 때가 한참 지났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런 상태대로라면 설령 박 대통령이 4월말 사퇴와 2선 후퇴를 약속해도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된다.
새누리당 비주류 내부에서 박 대통령이 전향적 입장을 내놨다고 평가하며 탄핵에 불참하려는 쪽과, 그 반대의 경우로 갈라지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자퇴하겠다는데 굳이 퇴학을 시켜야 하느냐'는 논리를 펴고 있고 비주류 쪽에서도 적잖은 동감을 얻고 있다.
비상시국회의 간사인 황영철 의원이 이날 "야당은 왜 합의하려 안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협상에 임할 것을 거듭 촉구한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입장에선 박 대통령은 나름 할 만큼 했지만 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분 삼아 표결에 불참하려 할 것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여야 합의 불발시 탄핵 불참?…비주류 내부도 균열 징후하지만 비주류 내부에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보다 중시하는 의원들도 분명 존재한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주류 중에) 어떤 경우든 만약 탄핵안이 표결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와 상관없이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탄핵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들은 '합의 불발'의 뜻에 대해 야당이 협상을 거부한 경우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같은 해석은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따져보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이다.
주장하는 내용의 옳고 그름이나 가치 판단을 떠나 어느 한쪽이 4월말 퇴진 같은 조건을 일방적으로 내세울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여야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불과 하루 전 의원총회에서 '4월말 사퇴, 6월말 대선'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정했던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런 틈새가 벌어진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3차 담화가 예상외의 역풍을 낳고 '6차 촛불'의 기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판단이 여의도 정치권을 관통하고 있다.
야당의 행동 통일로 인해 탄핵 가부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된 새누리당 비주류 입장에선 성난 민심 앞에서 사활적인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