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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근로자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 됐다"

인권/복지

    시간제 근로자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 됐다"

    전문가, 제도 확산시키려면 기업에 주도권 넘겨줘야

    출산율 저하로 인한 미래 노동 생산성 저하와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일·가정 양립제'란 제도를 지원하고 나섰다. 대전, 충남 지역의 남성육아휴직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았지만, 공무원조차 육아휴직을 쓰기엔 여전히 눈치가 보이는 게 현실이다. 남성 육아 휴직자와 시간제 근로자 등을 만나보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보완해야 할 점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편집자주]

    대전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포장하고 있는 김성희 씨. (사진=김미성 기자)

     

    ◇ 아침에 운동·독서…시간제 근로자, "삶 180도 바뀌었다"

    김성희 씨는 대전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포장하는 일을 한다.

    과거 옷 가게에서 12시간씩 서서 옷을 판매했던 김 씨는 2년 전 지인으로부터 '시간 선택제' 근로에 대해 듣게 됐다.

    김 씨는 "시간 선택제 근무를 하고서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오후 12시에 출근해 6시간 동안 빵을 상자에 담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씨는 "2년 전에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일상이어서 가족과의 아침, 저녁은 꿈도 못 꿨다"면서도 "지금은 아침 시간이 여유로우니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건강 프로도 많이 보면서 내 시간을 즐긴다"며 웃었다.

    이어 "무엇보다 좋은 것은 다 컸지만, 아들 출근 준비를 도울 수 있는 것과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몸에 무리도 덜 가니까 컨디션도 좋고 가족도 엄마가 신나서 하니까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나이 드신 분들도 집에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지만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활기 넘치는 생활을 즐길 수 있다"며 추천하고 싶다고 김 씨는 전했다.

    김 씨는 "식사 시간 후엔 회사에서 마련한 안마 의자에서 잠시 쉬며 뭉친 다리를 풀어주는 것도 너무 좋다"고 귀띔했다.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일·가정 양립제'란 제도를 지원하고 나섰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남성 육아 휴직제, 전환형 시간 선택제, 대체인력채용지원서비스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전환형 시간 선택제는 전일제 근로자가 육아·학업·퇴직준비·건강 등 개인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근로시간을 줄여 시간선택제(주 15시간~ 30시간)로 일하고, 그 사유가 해소되면 전일제로 복귀하는 등 근로자의 경력단절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사업주가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전환장려금으로 1년간 월 최고 20만 원, 간접노무비 월 20만 원, 대체인력 채용 시 인건비의 50%를 사업주에게 각 지원한다.

    ◇기업 '투자'라는 생각해야 제도 확산 가능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가정 양립제를 '은혜'나 여성에 대한 특별한 '보호'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투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관계 기관이 일·가정 양립제를 확산시키려 해도 결국 기업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지 않으면 제도의 확산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권 교수는 "기업이 알아둬야 할 게 현재의 노동 환경에서는 근로자의 능률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곧 기업의 이익으로 직결된다"며 "그러려면 기업 충성도를 높여야 하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근로자가 본인의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고, 근로자 스스로가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가정양립제 자체는 이상적인데 아쉬운 점은 기업이 이 제도를 경쟁력으로 체감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며 "기업은 경쟁력 있는 제도라는 생각을 하면 하지 말라고 시행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가 너무 기업을 개도하려는 인상을 주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볼 때 일·가정 양립제에 관한 주도권은 '근로자'가 아닌 '기업'에게 줘서 기업 주도형이 돼야 한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근로자 스스로 "육아 휴직 보내주십시오"하면 사내눈치법이 될 수밖에 없지만, 기업이 먼저 "귀하에게 이런 권리가 있는데 쓰십시오"라고 해야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 교수는 기업마다 회계 부서를 두듯 일·가정양립과를 두게 하고, 이러한 기업에 정부가 대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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