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사상 처음으로 9개 그룹 총수들이 한꺼번에 청문회에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하루 종일 긴장속에서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어느 청문회나 증인으로 서는 것은 큰 부담이지만 특히 6일 처럼 대통령에 대한 탄핵표결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언대에 서야하는 재벌총수들로서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삼성과 현대차, SK와 롯데 등 총수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하는 재벌 그룹들은 지난 주말에 이어 5일도 하루 종일 초 비상 상태였다.
재벌그룹들은 법무팀이나 CSR(사회공헌)팀 등을 중심으로 그동안 언론을 통해 해당 재벌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나 국회 청문위원들이 보내준 질의서 등을 토대로 만든 답변을 꼼꼼히 검토하며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일부 총수들은 측근 임원들을 가상의 청문위원으로 세워 제기딜 수 있는 예상질문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을 준비해 리허설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렇게 부담스런 공개석상에 서는 일이 거의 없는 총수들에게 TV로 생중계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돌발상황이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총수가 청문회 자리나 검찰 포토라인에 선적이 있는 재벌들은 그런 재벌들 대로 또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곳은 또 경험이 없는대로 부담이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부담이 클 사람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다.
국회사무처의 청문회 증인 좌석배치도(안)에 따르면 총수 가운데 가장 앞줄에 8명이 안게 되는데 가운데 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앉고 이재용 부회장 오른쪽(이하 위원장석 기준)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회장 왼쪽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앉도록 돼 있다.
또 구본무 LG회장은 김승연 한화회장 옆이고 조양호 한진회장은 신동빈 롯데회장 옆이며 가장 '명당'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자리는 오른쪽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고 왼쪽은 손경식 CJ회장이 앉도록 자리가 마련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집의 합병과 관련해 가장 많은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미르,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과 사면의 연관성 그리고 면세점과 관련한 청탁여부가 주목되는 최태원 SK회장이 가장 가운데 쪽으로 앉는것이다.
대통령 독대와 면세점 추가선정 발표나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기로 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돈을 돌려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오른쪽에, 최순실씨의 재단에 출연하면서 사면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양 옆을 채운 형국이다.
이렇게 보면 자리배치가 질문의 집중도나 여론의 관심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좌석배치는 나름대로 재벌 총수들의 연령을 감안한 흔적도 엿보인다.
68년생인 이재용 부회장과 60년생인 최태원 회장 등 60년대생 회장들이 가장 부담스런 가운데 자리에 배치되고 그 양 옆으로 55년생인 신동빈 롯데회장과 52년생인 김승연 한화회장, 49년생인 조양호 한진회장과 45년생인 구본무 회장이 앉도록 돼 있는 것.
38년생으로 8순을 앞두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39년생인 손경식 CJ회장이 TV화면의 집중도가 제일 적을 것으로 보이는 가장자리에 배치된 점은 회장들의 ‘연배’를 감안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앞줄 보다는 관심이 덜 할 것으로 보이는 뒷줄에는 재벌회장 가운데는 유일하게 허창수 GS회장이 오른쪽 가장자리에 배치됐고 그 옆은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인 점을 감안해 이승철 부회장이 앉게 돼 있다.
이승철 부회장 옆으로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또 그 옆으로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김종중 사장과 삼성물산 김신 사장이 배치됐다.
이어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집의 합병에 반대의견을 냈던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와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앉는다.
앞줄의 재벌총수들이나 뒷줄 오른쪽의 허창수 회장, 이승철 부회장과는 달리 나머지 증인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집의 합병과정, 그리고 이 합병통과의 키를 쥐었던 국민연금 관계자, 시민단체를 이끌어온 김상조 교수, 경영학 전문가가 증인으로 서게 된다.
이날 청문회에서 핵심쟁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과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향한 파상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팔순을 앞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나 손경식 CJ회장은 그마나 가장 자리여서 부담이 조금은 줄지만 12시간 가까이 진행될 긴 시간이 부담이다.
이래저래 총수가 청문회에 나오는 재벌들에게 오늘은 매우 긴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