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탄핵 위기에 몰려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국회의 탄핵 표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구제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장에서 박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정현 대표와 함께 이날 오후 3시25분까지 55분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다.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 탄핵이 가결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여서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어 "박 대통령은 당에서 이런 입장을 생각해서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탄핵 정면승부를 선택한 것이자, 16일만에 다시 탄핵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0일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며 탄핵을 요구한 바 있다. 검찰이 피의자로 규정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당초 오는 9일 탄핵안 표결 전 박 대통령이 4차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등 방식으로 '최종변론'에 나설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의 '전언'에 의존했다. 본인 육성을 통한 입장 발표가 오히려 232만 촛불민심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 면에서도 '4월 퇴진, 6월 대선'의 여당 당론 수용 또는 이보다 이른 퇴진시점 제시를 통해 표결 회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박 대통령은 탄핵으로 정면돌파를 택했다. 여당 지도부 면담에서 이 당론의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모호한 언급만 내놨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론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이미 비박계가 "국민으로부터 거부당한 카드"라며 거부하는 등 탄핵 표결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역시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약속하더라도 탄핵 표결을 해야 한다"며 벼르던 상황이었다.
정면승부를 택한 박 대통령은 아직 두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첫째는 본인의 바람대로 '당에서 협조'해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다. 여당 친박계조차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탄핵안 부결 가능성은 낮지만, 헌재 심판의 향배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결과에 억울하다고 여겨왔고, 헌재 심판 단계에서 자신이 무고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