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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AI, 철새 탓만 하다 '낭패'…사상 최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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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AI, 철새 탓만 하다 '낭패'…사상 최악 전망

    살처분 피해보상금 계열화사업자 주머니로, 농장주인 'AI 남의 일'

    (사진=자료사진)

     

    지난달 16일 처음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최악의 피해를 입었던 지난 2014년 1차 발생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번 AI는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11월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역대 최악의 AI로 기록될 전망이다.

    ◇ 국내 AI 발생 현황, 2003년 첫 발생 후 이번까지 6차례

    우리나라에서 AI는 지난 2003년 12월 10일 처음 발생해 2004년 3월 20일까지 102일간 이어졌다. 이후 2006년 11월과 2008년 4월, 2010년 12월, 2014년 1월에 잇따라 발생했고 이번이 여섯 번째다.

    과거 5차례 AI 가운데 2003~2008년까지는 고병원성 H5N1형이고, 2014년은 H5N8형이었다. 이번에 발생한 AI는 H5N6형으로 바이러스가 계속해 유전자 조합을 통해 변이를 일으켰다.

    특히, 2008년 AI는 발생 42일 만에 종료됐으나 나머지는 모두 100일 이상 이어지며 장기화 양상을 보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4년 1월 발생한 AI는 2015년 11월까지 3차에 걸쳐 소멸과 재발을 반복하며 장장 669일간 이어졌다.

    이 중에서도 2014년 1월 16일부터 7월 29일까지 195일간 이어졌던 1차 AI가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19개 시군, 29개 농장에서 의심축이 신고 돼 주변 농장까지 212개 농장이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고, 548개 농장의 닭과 오리 1400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금만 1017억 원에 달해 역대 최악의 AI로 기록됐다.

    그런데, 지난 11월 16일 발생한 이번 AI가 이 같은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태세다.

    ◇ 2014년 1차 AI '역대급'…이번 AI, 사상 최악 기록 갈아치울 판

    AI 차단 방역 (사진=자료사진)

     

    농식품부는 7일 기준 AI 의심축 신고는 모두 43건으로 이 가운데 33건이 양성으로 확진됐고 10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8일 밝혔다. 또, 예방적 살처분을 위해 조사했던 66개 농장도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양성 확진 판정 농장은 강원과 경기, 충남·북, 전남·북, 세종 등 7개 시.도 20개 시·군 99개 농장으로 늘어났다.

    또한, 음성 판정 농장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161개 농장의 닭과 오리 579만 마리를 살처분 완료했으며, 앞으로도 24개 농장 194만 마리를 추가 살처분할 예정이다. AI가 처음 발생하고 21일 만에 살처분 규모가 773만 마리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2003년과 2006년, 2010년 AI 살처분 규모를 이미 넘어선 것이며, 역대급 피해로 기록된 2014년 1차 AI가 195일 동안 548개 농장 1400만 마리를 살처분했던 것과 비교해서도 피해확산 속도가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번 AI의 특징은 닭과 오리가 바이러스 감염 3일 만에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면서 폐사하는 등 과거 AI 보다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 같은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최악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 보다는 앞으로가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수 만 마리가 떼로 몰려다니는 가창오리가 북쪽에서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방역당국 "철새 탓" 판단 실수, 계열화 농장·방역소홀 가능성 높아

    하지만, 이번 AI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방역당국의 판단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이 철새 탓만 하는 동안 축산 종사자와 사료차량 등에 의한 2차 수평전파가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외부에서 가져왔다고 쳐도, 철새 분변에 묻은 바이러스를 축사 안으로 옮긴 것은 결국 사람이다"며 "방역을 잘못한 가금류 농장과 이를 방관한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AI는 사람과 차량 이동이 많은 산란계농장과 사육환경이 열악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90%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도 뒤늦게 심각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AI가 발생해서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면 정부의 피해보상금이 농장주인이 아닌 계열화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되면서, 농장주인들은 AI가 발생해도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다 보니, 농장주인이나 외국인노동자들이 소독과 방역을 제대로 했을지 의문"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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