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국정교과서의 원고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4장이나 실리고, 기술 분량도 11쪽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분량도 전체 현대사의 18%에 육박하는 수치여서 '박근혜 효도 교과서'란 그간의 비판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고등학교 한국사 원고본은 모두 293쪽. 이 가운데 대한민국 수립 이후 현대사는 232~293쪽이다.
이 가운데 11쪽을 차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진도 4장이나 실려있다. 1967년 전국 상품 전시회를 참관하는 장면이나,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장면은 육영수 여사와 나란히 등장했다.
특히 1965년 한일협정 조인식에서 양국 인사들이 다같이 건배를 하는 장면, 1975년 '10월 유신 3주년 총화 유신 국민대회' 장면도 교과서에 실렸다.
하지만 외부 검토진을 거쳐 편찬심의위원회에 제출된 개고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진이 두 장으로 줄었다. 한 장은 5.16 쿠데타 이후 1963년에 있던 제5대 대통령 취임식, 나머지 한 장은 '수출 진흥 확대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이다.
개고본에는 또 당시 새마을운동에 참여한 농촌 주민들의 모습, 2013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관련 기록들 컬러 사진도 여럿 실렸다.
개고본 전체 분량은 279쪽으로, 이 가운데 현대사는 210~279쪽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술은 이 가운데 13%가량인 9쪽으로 원고본보다 감소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현장검토본은 전체 291쪽이다. 현대사는 242~291쪽으로,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 기술은 18%인 9쪽으로 비율이 다시 늘었다.
원고본은 특히 1975년 유신 찬반 국민 투표 결과를 소개하면서 "반대율보다 높아 유신 헌법은 존속되게 되었다"며 "정권의 개입과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혼합된 결과"라고 기술했다.
또 현장검토본에는 이병철·정주영 등 기업인의 실명이 다수 실렸지만, 원고본에는 '삼성 삼호 삼양 개풍 동아 낙희(LG의 전신) 대한 동양 화신 한국유리' 등 60년대 10위권 대기업의 상호만 기술됐다.
개고본에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이툰부대를 방문해 활짝 웃는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는 정적인 사진이 개별적으로 실렸다.
하지만 공개된 현장검토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연설하는 정적인 사진, 박 대통령은 연설하며 웃는 사진으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당초 국사편찬위원회는 "모두 폐기했다"며 원고본·개고본 제출을 거부하다가, 지난 5일엔 "모두 갖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특히 이날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회 투표 직전에 원고본·개고본을 제출, 일종의 '출구전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교과서에 실려야 할 내용은 박정희와 박근혜의 대외 업적이 아니라 치욕적인 국정농단"이라며 "자신과 아버지를 미화한 국정교과서는 이날 탄핵과 함께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