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에 만연한 출세에 대한 이중적 태도, 크게 출세하면 어지간한 것은
봐주는 태도
- 촛불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면 왜 촛불을 들었을까? 자존심과 억울함때문?
그런 엘리트들이 최순실 같은 듣보잡에게 굽신거리다니
- 엘리트라고 취급되는 사람에게 없는 것, 공공성
- 빨리 잘먹고 잘 살게 해주면 된다는 생각이 엘리트 독재낳아
- 박근혜 대통령,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생각하는 이유도 효율성의 문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19:53)
■ 방송일 : 2016년 12월 13일 (화) 오후 19:3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
◇ 정관용>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하는 일상다반사 시간입니다. 이택광 교수 어서 나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오늘 김기춘 전 실장 이야기를 좀 하시겠다고요?
◆ 이택광> 개인적으로는 저는 모르지만 청문회 나와서 질문하는 모습을 봤는데요. 사실 기대는 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할 거라는 것을.
◇ 정관용> 예상은 했다, 기대가 아니라. 예상 대로.
◆ 이택광> 한치에 어긋나지 않게 계속 부인을 하다가 결국 박영선 의원한테 걸려서 말이 꼬였죠. 최순실 씨를 전혀 모른다고 계속 발뺌을 하다가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다시 생각해 보니까 알았던 것 같다, 이런 희한한 소리를 했어요.
◇ 정관용> 내가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접촉한 적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 이택광>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어쨌든 어제 검찰의 수사 결과가 조금 흘러나왔는데요. 거기서도 본다면 김기춘 씨는 약간 최순실과는 다른 라인에서 작동했던 그런 실세였다 이런 어떤 이야기들이 있죠. 그래서 최순실과의 관계, 이건 제가 볼 때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고요. 실질적으로 김기춘 같은 경우는 우리가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봤던 유신적인 어떤 통치의 형태. 이런 걸 보여준 어떤 당사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보면 대체로 아주 강경한 유신적 통치를 지시한 내용들이 많이 적혀 있잖아요.
◆ 이택광> 그래서 공권력을 어떤 정권보위의 어떤 수단으로 사용하는 그렇죠? 그런 것을 굉장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들이 정권의 정당성에 대해서 한치의 추호의 의심도 없는 그런 태도를 보였죠. 그만큼 자기들은 정당했다는 것이고요. 저는 그런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어디서 오는가 굉장히 궁금했어요. 그래서 오늘 그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합니다.
◇ 정관용>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 어디서 오는 겁니까?
◆ 이택광> 사실 우리가 거짓말하려고 하면 뭔가 이렇게 정당화를 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나쁜 짓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부여하죠. 아마 그런 경험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도 학창시절에 이른바 불량한 학생들이 약한 학생들의 돈을 뺏을 때도 명백하게 이유를 댑니다. 그렇죠? 그런 경험이 저는 몇 번 있는데. 저한테 와서 그런 소리를 하죠. 제가 키도 작고 하니까 저한테 와서 너는 키가 작기 때문에 쉽게 말하면 돈을 줘야 한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펴죠.
◇ 정관용> 그게 말이 됩니까?
◆ 이택광> 궤변이죠. 하지만 그런데 통합니다, 그러니까. 너는 약하기 때문에 나에게 돈을 줘야 한다. 아주 궤변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논리가 됩니다.
◇ 정관용> 강압이죠. 어떻게 논리입니까, 그게?
◆ 이택광> 그러니까 강압이지만 그것이 논리적으로 강압을 한다는 거죠. 그냥 가서 아무 이유 없이 때리면서 돈을 달라. 이러지는 않는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강압에 나름의 근거를 붙인다?
◆ 이택광> 그렇죠, 그 이야기입니다. 김기춘 씨가 모른다는 건 바로 자기가 해 온 일에 대한 어떤 논리인 거죠. 나는 쉽게 말해서 이건 보안사항이다, 너희들이 알 필요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요. 그 증거가 뭐냐 그러면 바로 김기춘 씨가 생각하는 자기는 정당하게 정부를 운영해 왔다라는 생각과 맞닿아 있는 거죠. 그게 도대체 뭘까라는 겁니다. 사실 이거는 김기춘 씨나 사실 김기춘 씨가 사라져서 나타나지도 않는 분이 한 분 계시죠.
◇ 정관용> 우병우 전 수석.
◆ 이택광> 전 수석이 있는데 이분들을 개인적인 삶을 지켜보면 한국에서는 상당히 성공한 사람들이잖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 정관용> 아주 이른 나이에 소년급제라고 사법시험해서 검사하고 승승장구하고 각종 직위를 맡고.
◆ 이택광> 저희 동네에서도 제가 대학을 갔을 때는 천재라고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대학을 간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시골에서. 그래서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저 같은 사람도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 김기춘, 우병우 같은 사람들은 그 당시에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 정관용> 천재 중의 천재.
◆ 이택광> 천재 중의 천재였던 거죠.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말 그대로 넘사벽의 표상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존재. 왜 이렇게 자기의 잘못을 덮기에 급급한 이상한 존재로 바뀌었는가. 이게 핵심이죠. 그래서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우리 사회는 출세라는 것에 굉장히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우리가 계룡남이란 말도 있듯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어느 정도 용인하는 태도들이 좀 있어요. 그래서 말 그대로 이른바 사법시험을 어린 나이에 통과한다든가 또는 행정고시라든가 외무고시를 어린 나이에 통과하면 그 사람의 삶 자체가 정당한 것처럼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정당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들이 있죠. 상당히 낭만적인 견해라고 생각이 되는데, 어떻게 보면. 이건 미신적인 게 아니라 낭만적인 겁니다. 왜냐하면 천재론이기 때문에. 그런 천재들이 우리보다 훨씬 낫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판단하는 것이 여느 보통 사람보다는 좋을 것이다. 또 이상한 엘리트주의가 있는 거죠. 여기에 사실 김기춘과 우병우 씨가 사실은 편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이 들고요. 여기 가장 중요한 건 뭐냐 그러면 이겁니다. 지금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지금 촛불을 들고 이 광화문에 모이시는 분들도 촛불을 드는 이유가 뭘까요, 보니까. 정치적인 이유? 당연히 거기에 나오신 많은 분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들은 촛불을 들었다고 하지 않아요. 거기 나오신 많은 분들은.
◇ 정관용> 자존심이 상해서.
◆ 이택광> 자존심 상했다라는 거죠.
◇ 정관용> 그런 표현 쓰죠.
◆ 이택광> 속았다. 배신감을 느꼈다. 왜 그럴까요? 김기춘, 우병우 같은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 이 훌륭한 사람들이 모시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는 겁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납작 엎드려서 복종하는 그 사람이라고 한다면 믿을 만했다는 거예요. 이게 핵심이죠. 그러니까 사법시험이라든가 또는 외무고시라든가 행정고시라든가 이런 국가적인 자격을 통과한 사람이 하는 행동은 당연히 정당한 것이었고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옳은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서 청와대로 보냈는데. 알고 봤더니 이것이 모두가 사기였다, 거짓말이었다라는 겁니다. 사실 저는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죠. 예를 들어서 광우병과 관련된 소고기 협상문제라든가 2008년도 촛불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거짓말에 대해서 분노를 했지만 이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삼지는 않았어요. 정치인들은 당연히 거짓말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을 했다는 거죠. 그런데 그 거짓말을 하는 존재인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굉장히 분노를 하잖아요. 그 이유는 뭐냐 그러면 바로 이렇게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능력을 인정 받은 어떤 그런 태도를 지키지 않고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괜찮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를 해 줬는데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거죠. 이건 굉장히 핵심적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이 엘리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거예요. 여기서 온 분노. 바로 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본인들의 억울함이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그리고 또 열심히 이렇게 공부하고 특히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여러 가지 입시 제도를 통해서 억압을 많이 느꼈는데.
◇ 정관용> 이화여대 입시 비리 같은 것을 보니까.
◆ 이택광> 그렇죠. 이렇게 굉장히 일을 하고 공부를 했는데. 결국 그렇게 해서 자기들도 했다고 생각했던 믿었던 사람들이 결국 저지르는 일들이라는 것이 전혀 거기에 합당한 행동들을 하지 않은 것이죠. 여기서 온 분노라는 것이죠.
◇ 정관용> 천재 중의 천재들이 알고 보니 전혀 천재가 아닌 아줌마한테 굽실굽실 댔다더라, 이렇게 또 이중, 삼중으로 작용하는 거 아니에요?
◆ 이택광> 그런 것이 세속에 어떤 정서들이 분명히 있겠죠. 그러니까 최순실이라는 사람은 듣보잡 아니냐, 쉽게 말하면.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정치를. 그리고 보니까 이건 학교도 졸업하지도 않은 것 같고 말 그대로 강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인 것 같은데 왜 이 사람에게 휘두르느냐, 이 사람들이. 여기에서 오는 분노들도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거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죠. 왜냐하면 왜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그러니까 평가 시스템의 문제잖아요. 결국은 한국에서 이런 사람들이 능력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평가 지표가 있지 않습니까? 그 지표에 의해서 평가를 받은 사람이 왜 그러면 이런 여러 가지 권력 비리가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왜 양심의 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을까입니다.
◇ 정관용> 양심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에요?
◆ 이택광> 양심이 없는 사람이 왜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았을까요?
◇ 정관용> 양심과 능력은 별개니까요.
◆ 이택광> 그러니까 저는 그게 바로 한국 평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 정관용> 그 표현이군요.
◆ 이택광> 양심을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능력이 있었던 사람이었을지 모르지만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없죠.
◇ 정관용> 공공성에 대한 의식.
◆ 이택광> 김기춘 씨 같은 경우에도 청문회 나와서 발언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저분에게는 도대체 공익이라는 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공익인가? 그럼 본인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공익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그럴까. 바로 본인의 이익이 곧 공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 둘의 사이가 차이가 없다. 본인이 곧 국가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라는 거죠.
◇ 정관용> 하기는 5. 16도 유신체제도 불가피했다, 이런 역사인식을 거침없이 드러내니까.
◆ 이택광> 거기서 불가피라는 것은 누가 했더라도 그렇게 할 거라는 거죠. 그것이 굉장히 한국 사회에 대한 조롱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한국 사회는 그런 공익성이 공공적 의식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구현되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공공성이라는 것이 그분에게는 바로 그런 식으로 구현되는 겁니다. 훌륭한 사람이 나와서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면 그게 공익성이라는 거예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독재하는 것은 공익이다.
◆ 이택광> 그러니까 여기에는.
◇ 정관용> 그 궤변이 있는 거죠?
◆ 이택광> 그렇죠. 거기에는 경제주의적 패러다임이 깔려 있죠.
◇ 정관용> 경제주의.
◆ 이택광> 다시 말하면.
◇ 정관용> 극단적 효율성 추구.
◆ 이택광>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된다.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바로 엘리트들의 독재가 필요하고 그 길을 잘 아는 사람들이 길을 인도해 주면 평범한 사람들은 따라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공익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사실 그게 공익이 아니죠. 그것이 과거에는 공익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는 그것은 공익이 아니라 사익인 거죠. 거기에 대한 어떤 인식이 없다는 것이고. 그런 인식이 없는 사람이 권력의 최정점에 갈 수 있었다는 것. 여기에서 한국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좀 해 봐야 된다고요. 우리가 김기춘이라는 사람이 양심이 없다,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거기 갈 수밖에 없었는지 왜 가게 됐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된다는 거죠.
◇ 정관용> 한때 그런 시대가 분명히. 그런 논리가 완전히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죠, 분명히.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또 그런 사람이 또 그 자리에 갔다 이거죠, 결국은 문제가 핵심은.
◆ 이택광> 정말 참 이상한 일이죠. 한국이 민주주의가 발달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아시아의 유일한 국가라고 이야기를 해 왔는데 그 나라에서 결국 가장 시대착오적인 사람들. 다시 말하면 공익에 대한 생각이 정말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권력의 최정점에 가서 4년 동안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은 사실 이거는 단순하게 개인의 양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그걸 몰랐다, 이렇게 발뺌할 수 있는 문제는 저는 아니라고 봐요. 바로 그러한 것을 평가할 수 있는, 견제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우리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 이런 거죠.
◇ 정관용>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김기춘 전 실장, 우병우 전 수석 같은 분들은 나는 잘못한 거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요.
◆ 이택광> 심지어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뭘 잘못했느냐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거기에는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본인들이 한 것은 국가를 위해서 한 것이다라는 거죠. 그건 그 핵심에는 바로 효율성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 정관용> 잘못된 효율성, 이렇게 부르죠.
◆ 이택광> 그렇죠. 효율성이라는 것이 그 사람들 생각에 효율성인 것이고 우리가 생각할 때는 효율성이 아닌 것이죠. 보시면 여러 가지 망친 일이 여러 가지 많지 않습니까? 본인들은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했다는 겁니다. 사실 여러 명이 논의를 하면 비효율적이에요. 민주적 의사를 다 모으면. 하지만 몇 명이 결단을 해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하면 효율적이죠. 일은 빨리 진행되죠, 그렇죠. 하지만 그 일을 망쳤을 때는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어떤 그런 기회들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보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저는 잘못된 효율성이라고 부르죠라고 한 거예요.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건 나중에 결국 문제를 야기 시키거든요. 특히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 이택광>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이라고 합의한 그런 것도 사실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는 거죠. 사실 박근혜 대통령 찍을 때 지지율이 높았잖아요. 그때 원했던 것은 그런 효율적인 정부였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것이 지금은 이 사람들의 능력이 모자란다, 이렇게 보기보다는 제가 볼 때는 그런 효율성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율성에 대한 어떤 평가기준이 우리들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 그런 어떤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는 카리스마라든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지도력, 예를 들어서 선거의 여왕이라든가 그렇죠. 또 본인이 그렇게 위해를 당했음에도 대전은요 이렇게 물었다든가 이런 것들이 환상을 많이 줬어요. 그게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금방 말씀하셨던 잘못된 효율성일 수 있다는 것을 그 당시에 좀 가려낼 수 있었더라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 정관용> 다시 저도 용어를 조금 정정해서 우리 청취자분들이 이번 논란을 가지고 민주적 공공성이라는 단어와 비민주적 효율성이라는 단어. 이 둘을 한번 고민해 봅시다.
◆ 이택광> 전자가 한국에 더 많이 도입돼야 되고.
◇ 정관용> 당연한 얘기죠.
◆ 이택광> 시끄럽더라도 그런 것들을 통해서 한국의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 장에서 개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거죠.
◇ 정관용> 그리고 짧게 언급해 보고 싶은 게 촛불집회가 계속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해프닝들이 벌어졌는데 그중의 하나가 우리 시민의회 한번 구성해 보자. 온라인투표 받으려다가 이런저런 비판 끝에 바로 일단 중단된 이거 있지 않습니까? 이거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사실 이거는 이제 포퓰리즘에 어떤 편승하는 어떤 실수였다고 봅니다. 포퓰리즘이 반드시 나쁜 게 아니에요. 포퓰리즘은 이번에도 보셨지만 정치의 어떻게 보면 하나의 에너지죠, 포퓰리즘이. 좋게만 활용된다면. 그런데 이게 잘못 활용되면 특히 이게 정치로 활용되지 않고 어떤 비정치성과 결합하면 저는 문제가 된다고 봐요. 이번 같은 경우도 너무 촛불집회를 비정치적인 어떤 그런 행위로 이제 규정하려고 하다 보니까 자꾸 이렇게 기존에 있는 정치 조직들조차도 부패하고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어떤 조직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도 효율성의 담론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기성 정치집단이라는 것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생각하는 어떤 그런 일반적인 어떤 그런 견해에 편승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해프닝이 발생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온라인으로 좀 더 많은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다른 말로 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그런 대표기구를 다시 만들자라는 사실 좀 정치원론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그것은 사실 시민의회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인데. 그리고 그것을 또 스타트 업이라는 어떻게 보면 상업적인 목적까지 느껴지는 그런 데서 시작이 됐다는 것. 그런 방식으로 시작됐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망라된 분들이 대체로 명망가들이었다는 것. 이런 것들은 상당히 조금 왜 그렇게 굳이 정치와 비정치를 가르고. 사실 그 행위들 지금 광화문에 나서 촛불을 든 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거든요. 그런데 그 정치적인 행위를 애써 비정치적이라고 계속 규정하면서 정치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사실은 다 배제하려고 하는. 그것은 오히려 촛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민주 광장의 어떤 성격들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거기에 또 효율성의 담론을 도입해서 어떤 지도부를 만들고 그 지도부에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될 것 같은 그런 환상을 만들어주는 거죠.
◇ 정관용> 광장은 넓은 공간이고 모두가 모이는 공간이잖아요. 광장은 좀 시끄러운 거 아닙니까?
◆ 이택광> 거기서 웬만한 소리는 다 나와야 하는 겁니다.
◇ 정관용> 그 다양하고 시끄러운 것이 조금 오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마음이 급한 거군요.
◆ 이택광> 마음이 급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여기에 와글만 문제가 됐던 게 아니라 SNS에서 이 비슷한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어요. 이건 보도가 되고 특히 또 많은 명망가들이 망라되다 보니까 눈에 도드라졌는데 비슷한 해프닝이 조금 작게, 크게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 그러면 자꾸 이제 본인들이 대표성을 가지려고 그러는 거죠. 광장은 광장대로 놔두지를 않고 그걸 자꾸 수렴해서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데 사실은 이게 국가와 직접민주주의의 요구, 또 대의제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요구라는 것은 한국만의 굉장히 독특한 현상이고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보면 민주주의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거든요. 이건 이거대로 놔둬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걸 자꾸 가두려고 하면 완전 죽도 밥도 안 된다, 이런 생각이 들고 지금 같은 해프닝이 또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실제로 이번에 이런 제안들을 했던 분들이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도 있다라고 합니다마는 외국에서도 이처럼 그렇게 어떤 특정 몇몇 사람들이 뭔가를 제안하고 투표를 받고 이런 방식은 아니었거든요. 나름대로 차근차근 논의를 모아서 체계적인 준비를 거쳐서 해 나가야 되는데 이번에 그게 또 생략돼 있는 것도 큰 문제죠.
◆ 이택광> 저는 그러니까 그렇게 본인들이 하시면 된다고 저는 봐요. 본인들이 시민의회라고 말씀하시지 마시고 그런 어떤 아젠다 그룹을 만드셔서 그것을 제안하고 또 광장에서 이야기를 하시고 또 그걸 또 이렇게 합의를 넓혀가시고 또 제도로도 수렴되도록 만들고. 본인들이 그렇게 하시면 된다고 보거든요. 점점 넓혀가면 되는 거죠. 그런데 이걸 성급하게 어떻게 보면 황소 등에 타려고 했던 거죠. 그건 좀 아닌 것 같지 않냐라는 거고.
◇ 정관용> 여기도 효율성의 논리가 들어 있었다고 본다?
◆ 이택광> 그게 가장 결정적으로 정치 집단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걸 만들려고 하셨다는 거예요. 그런데 정치는 저는 비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 사람이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조금 경우가 완전히 다릅니다마는 정말 지켜야 할 민주적 원칙이라고 하는 것은 못 지키는 효율성 이건 어디서든지 문제를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교훈을 얻게 되는군요. 여기까지 합시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