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동할 수 없는 조건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16일 치러진다.
탄핵 가결 이후 세(勢) 위축이 눈에 띄는 친박계와 상승세의 비박계가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중간지대 비중이 커졌다. 때문에 중립성향 의원들의 표심(票心)이 승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표심의 쏠림은 당내 향후 판도 측면에서도 관건이다. 경선 결과 어느 한 편으로 힘의 균형추가 기울어 주류가 재구성되면 당은 재건 수순을 밟게 되지만, 첨예한 계파 갈등만 재확인될 경우 분당(分黨)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 첫 경선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김무성 의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친박이 당내 주도권을 장악한 2011년 이후 역대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주류 친박의 오더(order)가 좌우했다. 2010년 김무성 전 대표의 원내대표 당선을 끝으로 친이(親李‧친이명박)계는 몰락했고, 이후 황우여‧이한구‧최경환‧이완구 전 원내대표까지 친박이 독주했다.
유승민 의원이 2015년 비박계를 표방하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을 제외하곤 올해 정진석 원내대표 당선까지 친박이 옹립한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하지만 폐족 위기에 내몰린 친박은 이번 경선의 전면에 나서기 곤란한 상황이다. 때문에 원내대표 후보로 범(凡)친박 정우택(4선) 의원을 내세웠고, 정책위의장도 탄핵파(派)로 알려진 이현재(재선) 의원을 추천했다. 외연 확장에 집중한 포석이다.
비박계에선 당내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유 의원은 "이번 경선은 당 재건과 보수혁명의 첫걸음"이라고 규정하고, 나경원(4선‧원내대표)‧김세연(3선‧정책위의장) 의원을 지원 사격했다. 비박계의 또 다른 축인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 의사가 강해 경선을 지원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 중원싸움 총력전…나경원‧정우택 "나는 중도"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탄핵을 기점으로 당내 세력구도는 총 128명 의원이 친박(50명), 비박(50명), 중립(30명) 성향으로 갈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65표가 과반으로 중간지대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구조다.
양측 모두 중원싸움에 사활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우택-이현재 조는 고향이 여당의 '중원' 격인 충청권이다. 정 의원은 "강성 친박이 직접 앞에 전면에 나서서 친박 해체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며 친박의 '2선 후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도 오는 21일 총사퇴하겠다며 중간지대 의원들을 공략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당의 화합과 보수 대통합, 개헌을 할 수 있는 중도성향의 원내대표가 선출된다면 친박 해체는 물론 전면적 2선 후퇴를 요청한다"고 했다. 중도‧개헌 성향은 정 의원을 의미한다.
나경원-김세연 조는 두 의원의 평소 성향이 당내 대표적 중도 개혁파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역적 중원보다 이념적 중도를 강조하면서 보수정당의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나 의원은 "당의 주류 세력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것이 책임지는 모습"이라며 "친박 쪽에서 후보를 내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지도부의 즉각 퇴진, 박 대통령 탈당 등을 요구하고 있는 당 사무처의 파업 기류가 '변화'를 내건 나, 김 의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무처는 직원 73.5% 동의로 당무거부에 돌입했다.
◇ 원내 경선 승리 → 비상대책위원회 주도권원내대표 경선은 향후 당내 권력구도는 물론 정계개편 여부까지 정치권의 판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과 비박 중 어느 한 편이 결과를 승복하지 못할 경우 탈당, 분당에 따른 정계개편이 진행될 수 있다.
친박계가 이길 경우 내친 김에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접수하려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선 후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탈당파의 명분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비박계가 이기면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자리바꿈이 예상된다. 이럴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비박계 내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비대위원장 자리의 성격에 대해 유승민(대권주자) 의원과 김무성(대권관리) 전 대표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