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심리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제8차 촛불집회를 헌재 100m 앞 지점에서 허용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16일 진보진영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서울 종로경찰서의 집회금지 통고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가 시간·장소·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내용으로 하는 점,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 및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것 자체로 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최측이 신청한 일부 구간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행진을 금지하는 헌재 100m 이내의 장소에 해당한다"며 일부 장소를 제한한 경찰 처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퇴진행동은 헌재 앞 약 100m 지점인 안국역 4번출구에서 오후 10시30분까지 행진할 수 있다. 퇴진행동 측이 당초 100m 앞 지점이라고 봤던 만수옥과 북촌로 31 구역은 행진이 허용되지 않는다.
총리 공관 근처인 우리은행 삼청동 영업점은 같은 시간에 행진이 허용됐다.
효자동 삼거리(청와대 분수대 부근) 지점은 청와대 관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라는 이유로 지난 10일과 마찬가지로 불허했다.
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 관저나 헌재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앞서 퇴진행동은 17일 본 집회에 앞서 오후 4시 '퇴진 콘서트 물러나쇼(show)'를 진행한 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자하문로와 효자로, 삼청로를 통해 행진한다는 내용의 집회·행진 신고를 냈다.
구체적으로는 자하문로·삼청로에선 청와대 100m 앞까지, 효자로에선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행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자하문로와 삼청로 행진 코스의 최북단은 앞선 촛불집회에서 법원이 허용한 지점이다.
특히 퇴진행동은 지난 10일 행진 코스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헌재 정문 근처인 만수옥과 북촌로 31 앞에서 행진·집회한다는 계획이었다. 총리 공관 근처인 우리은행 삼청동 영업점도 행진 장소에 포함했다.
그러나 경찰은 교통 소통을 이유로 11개 행진 구간 중 9건은 헌재에서 남쪽으로 500여m 떨어진 낙원상가 앞 또는 율곡로·사직로까지로 제한했다. 11개의 집회 지점은 종전처럼 5곳은 오후 5시30분까지로 조건부 허용하고, 청와대나 헌재, 국무총리 공관과 근접한 나머지 6곳은 금지 통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