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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오노야, 강릉 맛집 원츄? 이번엔 잠자코 따라와"

스포츠일반

    김동성 "오노야, 강릉 맛집 원츄? 이번엔 잠자코 따라와"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미워도 다시 한번' 왕년 쇼트트랙 스타 김동성(오른쪽)과 안톤 오노가 17일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강릉=노컷뉴스)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가 열린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 이날 경기 뒤에는 선수가 아닌 특별한 인물들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바로 왕년의 쇼트트랙 스타이자 라이벌이었던 김동성(36)과 안톤 오노(34 · 미국). 둘은 이미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이번 대회 이벤트 사회자와 해설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인 만큼 쇼트트랙을 주름잡았던 스타들도 대회를 빛낸 모양새였습니다.

    특히 둘은 14년 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악연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1500m 결승에서 김동성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을 펼친 오노에 의해 반칙이 선언돼 금메달을 내줘야 했던 겁니다. 당시 오노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업고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은 꼴이 돼 한국에서는 엄청난 미움을 샀습니다.(축구 스타 이천수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미국전에서 안정환의 동점골이 터진 뒤 오노 세리머니를 펼친 것도 이 때문이었죠.)

    하지만 세월이 흘러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됐습니다. 당시 울분을 토했던 김동성은 깨끗하게 결과를 수용하는 스포츠맨십으로 오노를 안아줬습니다. 이날도 둘은 기자회견에 앞서 서로를 끌어안고 악수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우정과 함께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김동성은 "오노는 미국에, 나는 한국에 있기 때문에 국제전화 요금이 많이 나와 자주 연락은 못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래도 만나면 악수도 하고 껴안는다"며 끈끈한 우정을 드러냈습니다. 오노 역시 "한국에 올 때나 소치올림픽 등에서 김동성을 만난다"면서 "은퇴했지만 서로 쇼트트랙을 너무 좋아해서 떠나지 않고 대회마다 나와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화답했습니다.

    '갑자기 친한 척?' 김동성(오른쪽)과 오노가 17일 기자회견에서 "한번 포옹을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서로 안는 모습.(강릉=노컷뉴스)

     

    빙판을 주름잡던 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피는 끓고 있습니다. 김동성은 "오늘 선수들의 경기를 보니 쇼트트랙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예전 감정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또 현역 시절 경쟁했던 선수들이 코치, 감독이 돼 있어 만날 수 있었다"고 예전 추억을 더듬었습니다. 오노도 "2010년 은퇴했는데 매일 선수로 뛰던 때가 그립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기를 보는데 선수 때 감정, 아드레날린 분비돼 항상 기쁘고 가능하면 선수 시절로 돌아가서 뛰고 싶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동성은 "세계 1위를 달리던 한국 남자 선수들이 부진하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면서 "모든 나라 선수들이 평준화돼서 한국 선수들도 1등이 아니라 따라가는 입장이 됐는데 후배들이 평창에서 메달을 따내 최고라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습니다.

    오노 역시 "최근 가장 놀란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흥 국가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 "카자흐스탄이나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전반적으로 기량이 향상됐다"고 현재 쇼트트랙의 흐름을 짚었습니다. 이어 "1988~2000년까지는 한국과 중국, 캐나다가 쇼트트랙을 주름잡았지만 이제는 다르다"면서 "그래도 한국은 어린 선수들이 새벽부터 열심히 훈련을 하는 만큼 좋은 기량을 보일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올림픽이 열릴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 대한 호평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동성은 "경기장은 너무 만족스럽다"면서 "예전 세계선수권대회는 목동에서 했는데 강릉은 빙질도 상당히 좋다. 올림픽까지 1년여가 남았는데 조금씩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오노도 "한국은 그동안 쇼트트랙에서 좋은 기량을 보였는데 팬들의 응원도 인상적이어서 올림픽에서도 인기가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오노는 미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만큼 노하우도 귀띔해줬습니다. 오노는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상당히 큰 이점이 있다"면서 "사람도, 도시도, 빙질도 익숙한 데다 선수들의 자부심과 자국민의 응원이 합쳐질 때 특별한 힘이 나와 최선을 넘어선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어 "최근 쇼트트랙은 국가들 사이에 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면서 "한국 코치들이 전 세계로 많이 나가 퍼트린 게 최근 전력 평준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립 서비스도 잊지 않았습니다.

    '껴안아도 시선은 다른 곳?' 김동성과 오노가 17일 기자회견 뒤 서로를 안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한 모습.(강릉=노컷뉴스)

     

    오노는 한때 한국에서는 밉상으로 통했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고, 본인도 한국에 대한 친밀함을 과시하는 데다 무엇보다 피해자였던 김동성이 개의치 않고 오노와 특별한 우정을 쌓고 있습니다. 이들의 쇼트트랙 애정은 평창에서도 적잖은 힘이 될 겁니다.

    인터뷰 후반부 오노는 한국 취재진에 오히려 질문이 있다면서 "강릉의 특별한 먹거리는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김동성은 "스시(회)가 유명하다"면서 "나를 따라오라"고 영어로 답했습니다. 14년 전에는 김동성을 따라가다 거센 거부에 앙탈을 부렸던 오노가 이번에는 순순히 따라갈까요?

    p.s-인터뷰가 끝난 뒤 김동성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오늘 오노와 저녁을 먹을 거냐"고 말입니다. 오노가 강릉 맛집을 묻자 따라오라고 했던 김동성이었던 만큼 둘이 모처럼 해후를 즐길지가 관심이었습니다.

    14년 전 올림픽의 사건은 이제 추억이 됐지만 앙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을까요? 김동성은 "그건 아니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어디가 맛있다는 건 알려줄 수 있겠지만 뭐 굳이 마주 앉아 밥 먹을 사이까지는 아닐 수 있겠죠.

    과연 2년 뒤 올림픽에서는 둘이 평창 맛집에서 다정한 한끼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스포츠 역사에 남은 둘의 인연은 쇼트트랙이 있는 한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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