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자료사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가 임박했지만 향후 정치적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져가고 있다.
내년 1월 귀국하는 반 총장은 그간의 언행으로 미뤄 친박계와 손을 잡고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모든 것은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고 심지어 출마 여부까지도 재고해야 할 판이다.
이런 기류는 최근 반 총장의 공개된 발언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18일 뉴욕 외교협회(CFR) 초청 간담회에선 "한국 국민들은 올바른 지배구조가 완전히 결핍된 것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강도를 더 높였다. 친박계에 대한 사실상의 결별 통보다.
박 대통령이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할 때나 친박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지 '폐족'과 손을 잡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때 "친박 도움 없이 (대선) 후보라도 될 수 있겠나", "외교관들만 갖고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기고만장했던 친박 입장에서는 통탄할 일이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역적인 현실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친박을 대체할 비박의 받침대 역시 아직은 튼튼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권을 장악해 친박을 일소하고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를 하든지, 아니면 탈당을 통해 '제3지대'라는 거점을 만들어놔야 하는데 아직은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비박계 일각의 당초 시나리오는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를 만들어 반 총장을 모셔오자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박의 이런 구상이 좌절된 것은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에 참가했다 패배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탈당도 잔류도 하기 힘든 진퇴양난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선 반 총장이 금의환향을 해도 잠시 반짝 조명을 받을 뿐 마땅히 안착할 공간이 없게 된다.
그렇다고 사정이 조만간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탄핵안 가결 이후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이라던 개헌 논의가 기대만큼의 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3지대로 상정했던 정치적 공간도 이재명 성남시장의 폭발적 지지율로 상당 부분 잠식된 상태다.
현재 이재오 전 의원이나 정의화 전 국회의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각각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비박계가 가세하지 않으면 대세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비박계의 탈당 또는 잔류 결정은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와도 긴밀히 연결돼있는 셈이다. 하지만 비박계나 반 총장 모두 똑 부러진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미적거리며 시간만 보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오는 20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반 총장과 한국 특파원단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최종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