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계란값이 치솟으면서 소규모 식당 등을 중심으로 '계란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로 타격을 입은 업체는 계란 반찬을 무제한으로 내놓는 한식당, 메뉴에 필수로 계란이 들어가는 식당, 동네 제과점 등이다.
20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 식당 관계자들은 계란 공급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종로구 서린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51) 씨는 "계란을 우리 식당에 대주는 곳이 3~4곳 있어서 아직은 공급을 받고 있는데, 공급처에서 언제 계란을 못 준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고 우려했다.
이 식당은 매일 찌개나 국 등 주메뉴가 바뀌는데 계란말이는 밑반찬으로 손님이 원하는 만큼 리필된다.
박 씨는 "지난 주까지는 계란말이 반찬이 계속 나갔는데, 오늘 점심 때는 계란말이를 탕수육으로 대체했다"고 전했다.
종로구의 다른 식당 직원 김 모(60·여) 씨는 "아직 계란 공급을 받고는 있는데,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며 "오늘도 반찬으로 계란말이가 나가야 하는데, 계란이 부족해 계란을 조금 덜 쓰는 계란찜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만약 지금 받는 계란 공급이 중단되면 이제 계란을 쓰는 메뉴는 못 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식당은 계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전 등을 판매한다.
김 씨는 "계란값이 계속 오르니까 더 오르면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공급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정부에서 수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한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영세 상인들이 어려우니까 할 거면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종로구의 한 일식집도 정식을 시키면 주던 계란찜을 이날부터 손님들에게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일식집 매니저는 "계란값이 너무 올라 계란찜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계란값이 계속 오른다고 해 당분간은 계란찜을 내놓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계란을 주원료로 많이 사용하는 제빵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규모 빵집은 물론 기업형 제빵업체들까지 계란 수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커리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돼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정부가 계란 수입 추진 방침을 밝힌 만큼 내부적으로 수입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무리 없이 계란 공급을 받을 것 같지만, 계란 부족 현상이 3~4개월 후에도 지속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동네 빵집 등 개인이 운영하는 업체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남동에서 소규모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37·여) 씨는 "대규모 제빵 체인점들과 달리 우리는 소규모 도매상에서 계란을 공급받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어제는 대형마트에서 계란을 사왔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계란(특란) 한판(30개) 당 소매 가격은 6천781원으로, 1주일 전(6천23원보다) 12.5%가량 올랐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2주 동안 계란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리고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30알)'으로 제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