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박영수 특검(오른쪽)이 21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최태민, 정유라 그리고 최순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국민연금공단 등 10여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사실을 밝히면서 언급한 세 이름의 '행간'은 혈연관계, 즉 가족이라는 점이다.
특검팀은 아버지 고(故) 최태민씨와 딸 정유라씨라는 '약한 고리'로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두루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최씨 일가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을 겨냥한 수사를 공개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 관계자 등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까지도 최씨와 박 대통령 측 논리를 뛰어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모색했다.
미르, K스포츠재단에서 200억원 넘는 기금을 대기업으로부터 강제모금한 것이 '문화융성'을 명분으로 한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하는 주장을 깨는 게 수사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특검은 통치행위라는 주장을 상쇄시키고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때 밝힌 '최순실-박근혜-안종범' 삼각 지시.이행 구조보다는 '최씨 모녀-삼성그룹' 직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씨 모녀의 삼성그룹 지원 정황 뿐 아니라 미르, K스포츠재단을 최씨 모녀,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까지 '사유화'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앞서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 참석해 두 재단에 대해 "처음 보고 받았을 때 육영재단이나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자료사진
이에 특검팀은 첫 문으로 최순실씨의 '입'을 여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특검팀은 독일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딸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단행했다.
최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에 상당히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진술을 반복하는 바람에 수사팀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정씨를 소환할 가능성 등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주기적으로 거론하며 최씨를 외곽에서 압박하는 전략을 폈다.
특검팀은 정씨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독일 검찰에 전달할 계획인데, 이 경우 독일 검찰이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 체포 수순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민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와 함께 특검팀이 쓰고 있는 또 다른 전략은 아버지 최태민씨 관련 수사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큰 영애'로 불리던 시절부터 박 대통령 주변에서 온갖 전횡을 일삼으며 부정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윤석열 수사팀장도 2주 전 서울 모처에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최씨 관련 비리 단서를 여럿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씨 일가 재산은 박정희, 육영수의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검보도 "특검팀 수사 대상에 최태민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 의혹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특검팀은 박정희 정부 시절 만들어진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가 재단법인 형태라는 점 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육영재단 재정 일부가 최태민 목사에게 흘러갔다는 의혹도 CBS노컷뉴스 보도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직="" 박탈="" '기획="" 감사'="" 의혹=""> 등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한 1974년 최씨가 설립한 구국여성봉사단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명예총재로 이름을 올렸고, 박승규 당시 민정수석이 조사해 '기업 등으로부터 끌어모은 것이 더 많았다'고 결론낸 바 있다.
결과적으로 특검팀은 최씨의 아버지인 최태민씨, 딸 정씨 등 일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파헤치는 방법으로 '뇌물공여자'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범인 최순실씨를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40년 인연을 파고든 특검의 전략이 뇌물죄를 규명할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박근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