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세력과 함께 재벌 총수와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 28명을 핵심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벌 총수 가운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전 국가안보실장인 김장수 주중대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되는 경호실 의무실장과 미용사, 관저 경호 경찰관 등이 증인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과정에 직접 출석해 '세월호 7시간'과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헌재에 출석명령도 요구했다.
◇최순실·김기춘·이재용·신동빈 등 28명 탄핵심판 증인신청
21일 소추위원 대리인단 명의로 헌재에 제출된 ‘입증계획 및 증거조사에 관한 의견서’에 따르면, 국회 측은 주요 핵심 증인으로 28명을 신청했다.
당초 초안에는 11명이 담겼지만, 국회 논의 과정 등에서 재벌 총수 등이 추가로 명단에 포함됐다.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 차은택씨 등은 재단 강제 모금이나 문서 유출, 최씨 일가 특혜 제공 의혹 등에 관해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국회 측은 설명했다.
국회 측은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신동빈 회장을 포함시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을 첫 타깃으로 정조준한 가운데 탄핵소추 사유에도 포함된 박 대통령의 뇌물죄 규명이 탄핵심판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세월호 7시간 행적 등과 관련해서는 김기춘·김장수 전 실장, 우병우 전 수석과 함께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 미용사 정송주씨, 경찰관 구순성씨 등이, 언론의 자유 침해 여부를 밝히기 위해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도 증인으로 신청됐다.
김 대사는 지난 1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보좌관을 통해 상황파악 보고서를 집무실과 관저에 각 1부씩 보냈다”며 “(관저에 보낸 보고서는)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아직 수사기록이 헌재에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인이 더 추가될 수도 있고, 수사기록이나 국정조사 회의록을 통해 증거능력이 부여된다면 줄일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소환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 직권증거조사 적극 해야…특검 수사도 반영"
국회 측은 “증거조사를 헌재가 직권으로 해야 한다”며, “형사재판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신속한 탄핵심판 종결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정지돼 심각한 국정공백이나 헌정위기가 초래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정치적 생활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국회 측은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등으로 이미 드러나고 확인된 사실로도 이미 탄핵소추 이유는 충분하지만, 특검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도 반영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입증하기 위해 최씨 등의 공소장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국정조사 회의록, 언론보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법에 공소장 원본을 비롯한 사건기록 일체를 받을 수 있도록 인증등본 송부촉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헌재가 직권으로 요청한 수사기록이 제출되지 않을 경우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직접 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건 당시 선례가 있다는 근거도 들었다.
만약 입수가 불가능하면 법원과 검찰, 특검에 서증조사를 신청할 것이라고 국회 측은 덧붙였다.
◇"박 대통령 출석해 '세월호 7시간'·'질서 퇴진론' 밝혀야"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직접 탄핵심판에 출석할 것도 요구했다. 소추위원은 피청구인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 수 있다. 일종의 검사 역할이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직접 신문할 필요성이 있다”며, 헌재가 출석을 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공무를 수행했다는 것인지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에 따르면 내년 4월 사임을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그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의 출석 없이도 두 번째 기일부터는 바로 심리를 진행하도록 헌재법이 규정하고 있어서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상의해 봐야겠지만, 대통령 출석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