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이 고친 연설문, VIP 발언 통해 결국 예산서에 반영돼
- 연설문 수정이 취미? 몰라서 하는 소리
- 예산을 타낼 목적으로 연설문부터 주도면밀하게 기획
- 여성가족부 예산안에는 2번, 문체부 예산안에는 87번 등장한 'VIP'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6년 12월 23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창수 소장 (나라살림연구소)
◇ 정관용> 1조 4000억 원. 최순실 일당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을 통해서 가져가려고 했던 국가예산의 총액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국가예산 감시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나라살림연구소의 정창수 소장 등이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이라고 하는 제목의 책을 아주 발 빠르게 펴냈네요. 정창수 소장을 전화로 연결합니다. 정 소장 나와 계시죠?
◆ 정창수>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1조 4000억 원이라는 게 어떤 근거입니까?
◆ 정창수> 저희가 사실 예전부터 모니터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최순실 씨랑 관련된 어느 정도 증명이 된 사업들을 중심으로 해서 작년, 올해, 내년 예산을 다 합쳤을 때가 일단 1조 4000억 원이 파악이 됐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렇게 액수를 잡아봤습니다.
◇ 정관용> 작년, 올해, 내년까지 3년 치를 합한 거예요, 그게?
◆ 정창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떤 항목들입니까? 대체로.
◆ 정창수> 대체적으로 문화에 있는 문화예산 쪽하고 체육예산이고요. 그다음에 일부 미래창조부 쪽의 융복합 예산, 이런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요. ODA 관련돼서 ODA 예산이 일부 있습니다.
◇ 정관용> ODA가 뭡니까?
◆ 정창수> 대외원조예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인데요. 예를 들어서 해외에 보내는 새마을 운동이라든가 그런 지원을 할 때 그런 것에 굉장히 촘촘히 많이 연결이 되어 있어서 그 부분을 합친 겁니다.
◇ 정관용> 그게 그러니까 문화 체육, 융복합, 이런 등등의 예산을 그냥 단순 합계한 거예요? 아니면 그중에서 최순실과 그 일당, 관련자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해서 빼내간, 내지는 빼내가려 했던 것만 합한 겁니까?
◆ 정창수> 빼내간, 그리고 또 빼내가려고 했던 거고요. 저희가 그냥 그 사업 전체를 뭉뚱그려서 한 게 아니고 ‘발라낸다’고 하는데 세부 사업만 골라내서 한 거기 때문에 사실 전체 사업규모는 훨씬 더 크죠.
그런데 직접 그들이 손 댄 것만 한 거니까. 그리고 이미 작년과 올해 거는 이미 받아간 거고 내년도는 6500억이 원래 편성되어 있었거든요. 이번에 국회에서 1300억 원을 깎았는데 그래봐야 아직도 5200억이 있는 거죠. 그거는...
◇ 정관용> 그거는 내년 예산인 거고요.
◆ 정창수> 네, 내년 예산.
◇ 정관용> 작년하고 올해만 합하면 대략 잡아서 한 8000억 이상은 이미 받아간 거네요?
◆ 정창수> 네. 받아간 거고요. 이건 언론에 보도됐거나 아니면 수사기관에서 이미 얘기가 된 것인데, 앞으로 특검이 진행되고 그리고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경우에는 굉장히 액수가 커질 거고요. 국방예산 이런 거는 더할 나위가 없겠죠.
◇ 정관용> 그런데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입증된 거는 없는 거죠?
◆ 정창수> 네, 입증된 것만.
◇ 정관용> 지금 정창수 소장이 쭉 추산해놓은 이 액수들은 구체적으로 최순실 내지는 차은택, 이런 사람들이 관여한 예산만 딱 합산한 거라 이거죠?
◆ 정창수> 네, 그렇죠. 최소로 잡은 거죠.
◇ 정관용> 어마어마하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사업비를 타가서 전부 챙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사업에 실제 쓰인 것도 있고 그렇겠죠?
◆ 정창수> 네, 그렇죠. 쓰인 게 있는데 그 담당자가 미르재단이라든가 K스포츠재단 그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쓰인 거죠.
◇ 정관용> 특정인물의 일당들이 2년에 걸쳐서 8000억 이상을 받아갔다는 전례가 있나요?
◆ 정창수> 그러니까 제가 예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럴 때와 굉장히 다른데요. 예전에는 국민들이 동의 안 해서 그렇지 본인들이 어떤 사업을 벌인 거잖아요?
◇ 정관용> 4대강, 이런 거 말이죠.
◆ 정창수> 네, 4대강 같은. 그런데 이 경우에는 기존에 있는 사업들을 내용을 바꿔서 그들이 그걸 갖게 하는 시스템으로 많이 가고 그리고 법과 그리고 각종 주식들을 바꿔서 하는 굉장히 촘촘하게 치밀한 기획이 좀 돋보이는 그런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이 책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니까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써주고 고쳐주고 한 것이 예산하고 연결된다라고 쓰여 있던데 그게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 정창수> 그러니까 고영태 씨가 그랬지 않습니까? 고영태 씨가 ‘최순실이 연설문 써주는 게 취미활동’이라고 하잖아요. 그거는 굉장히 잘 몰라서 하는 소리고.
이번에 저희가 놀란 건 뭐냐 하면, 저희는 이미 5월 달부터 이걸 추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희가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잘 몰랐던 거고. 저희는 지금 4, 5년째 예산서를 DB화 시켜놓고 있는데 이상하게 VIP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융복합이란 말이 많이 등장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VIP가 관료들이 약간 은어처럼 쓰는 말이거든요.
◇ 정관용> 대통령을. 그렇죠.
◆ 정창수> 그런데 그게 예산서에 버젓이 들어와 있고 국회에 제출한 예산서에도 이게 있는 거예요. 그래서 세어보니까 546번이나 있어요. 너무 많은 거죠.
그런데 그게 주로 문화부하고 미래창조부에 집중되어 있었던 거고요.
그리고 박 대통령이 여성 아닙니까? 그런데 여성부에는 딱 두 번 얘기가 나오고 통일부엔 3번 얘기가 나와요. 그런데 문화부 이런 데는 85번, 90번 이렇게 나와요.
그러니까 그게 왜일까? 봤는데 그게 그대로 박스 쳐서 예산서에서 대통령 말씀으로 해서 예산이 편성되고 재정부는 그걸 또 예산을 대부분 깎는데 재정부는 오히려 그걸 늘려주고. 이런 패턴이 보이는 거예요.
그러나 저희가 수집을 해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아, 이게 최순실 예산이었구나. 이걸 알게 되면서 저희가 사실은 그래서 빨리 책을 낼 수 있었던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분석하신 자료는 각 정부부처 특히 문화부나 미래창조과학부가 기획재정부 측에 우리 예산 이만큼 필요합니다라고 요청하는 그 서류들을 다 입수해서 분석하신 거군요?
◆ 정창수> 그렇죠. 한 10만 페이지 정도 되는데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요청하는 서류에 매 건 건마다 이거는 VIP 관심사, 이런 식으로 써 있다 이거죠?
◆ 정창수> 관심사항뿐만 아니라 무슨 무슨 회의에서 무슨 얘기를 했고 그래서 무슨 사업을 편성했다. 이게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 정관용> 대통령이 어느 회의에서 어떤 얘기를 했다. 어디서 어떤 연설을 했다. 그래서 거기에 따른 예산이다. 이런 식으로?
◆ 정창수> 보통은 대통령이 추상적으로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콕 집어서 얘기를 해요. 그래서 사업 편성하기도 좋게.
그리고 예전에 채널A에서 한 번 최순실이 예산 문건 썼다는 그런 걸 보도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대로 반영이 됐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정 소장 분석에 의하면 최순실이 대통령의 말씀자료 내지는 연설문들을 작성하거나 고쳐서 특정 사업들을 언급하도록 만들고 그렇죠? 그러면 그 언급 연설이나 말씀 자료에 근거해서 각 부처는 예산신청을 하고 거기에 VIP라고 하는 게 딱 명기가 되고. 그럼 기획재정부는 삭감 없이 그 예산을 다 편성을 하고?
◆ 정창수> 오히려 늘려주기도 하고.
◇ 정관용> 늘려주기도 하고?
◆ 정창수> 네. 한 20, 30%는 훨씬 더 많이 늘려주기도 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늘려주는 적이 있습니까?
◆ 정창수> 거의 없죠. 무조건 깎고 아니면 살림을 잘 챙겨야 되기 때문에 심하게 깎을 경우에는 거의 대폭 반씩 깎기도 하고 그렇게 하거든요. 그런데 VIP라는 말이 들어있는 순간에는 그들은 약해지는 거죠.
◇ 정관용> 그럼 사실상 예산을 타낼 목적으로 연설문부터 주도면밀하게 기획했다, 이거군요?
◆ 정창수> 그렇죠. 그리고 물론 증거는 없고 추측이지만 여러 가지 연설문 써줬고 VIP가 그 말을 했고 예산이 편성되고 그 예산이 다시 그 재단으로 들어가는 이런 구조가 됐기 때문에 충분히 저는 결론을 그렇게 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게 집행된 예산이 어느 정도 실제 사업에 쓰이고 어느 정도는 착복이 되고, 이것까지는 추적이 안 되는 거죠?
◆ 정창수> 그거는 수사 대상이고요. 일단 그 재단과 관련한 회사들에 간 것까지는 확인이 되는 거죠, 올해예산까지는.
◇ 정관용> 이거 막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막을 수 있습니까? 이거.
◆ 정창수> 저도 안타까운 게 이거를 깎아달라고 저희도 국회에 많이 예결위원회 위원들한테도 자료를 보내고 했는데요. 이미 행정부에서는 이미 자기들 사업이 되어 버린 거예요. 그걸 누가 가져가는지 중요하지 않은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저항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1300억밖에 못 깎았던 거죠.
◇ 정관용> 내년도 예산에서도?
◆ 정창수> 네. 그래서 최순실이 떠나가도 예산은 그대로 남아서 또 다른 사람들이 그걸 또 차지하겠죠. 그래서 이게 참 안타깝습니다.
◇ 정관용> 물론 이 전체 1조 4000억에 달하는 그 모든 사업이 국가에 아무 의미 없는 나쁜 사업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 정창수> 그렇죠.
◇ 정관용> 필요한 일일 수도 있는데 특정 개인이 일부러 그런 사업들을 기존에 있던 사업을 용도를 바꾸고 해서 자기가 챙겨가고, 이런 식으로 조작해 들어갈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 정창수> 그리고 사실 기회비용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에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업은 없죠. 그런데 이왕이면 좀 더 의미 있고 필요한 곳에 쓰이는 게 나은데 이들이 기획을 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보면 ‘예산을 챙기는’ 그런 것입니다.
◇ 정관용> 이 책을 만드시면서 분석한 모든 자료를 특검 측에 넘기기지 그러세요.
◆ 정창수> 일단 책은 특검하고 국조위에 보냈고요. 각각의 분들한테. 그리고 그쪽에서 요청이 오면 저희 예산서 DB나 이런 관련한 것들을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창수> 네.
◇ 정관용>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이었습니다.
[CBS 시사자키 홈페이지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