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명 성당 합창단 지휘자가 단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음에도 성당은 해당 지휘자를 유임시켰고, 오히려 지휘자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단원은 합창단을 떠났다.
24일 해당 합창단을 떠난 전 단원 고모씨는 지난달 지휘자 A씨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뒤로 다른 단원으로부터 진정을 취하하라는 등의 지속적인 회유와 설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10월 합창단 연습 도중 소리를 예쁘게 내야 한다면서 "요즘은 술집에 나가는 여자들이 말투도 예쁘고 훨씬 고상한 것 같다" 등 성희롱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후 다른 단원들이 고씨에게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 진정을 취하했는지, 해당 내용을 기사화한 취재기자와 연락을 취했는지 등을 물었다는 게 고씨의 전언이다.
이 기간 일부 단원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내부 일을 바깥에 알린 고씨의 잘못이 크다"며 A씨의 발언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항의성 메일을 취재기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일주일 남짓 버티던 고씨는 자신이 합창단에서 제명될 것을 걱정한 데다 성희롱 예방이나 처리 매뉴얼을 만들자는 성당 측 이야기를 듣고 인권위에 낸 진정을 취하했다.
이 과정에서 성당 측으로부터 합창단 휴단 권고를 받은 고씨는 내년 12월 복단신청을 하면 이를 승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성당 측은 '준단원이므로 원칙상 휴단이 불가능하고 탈단 처리되니 복단을 원하면 재오디션을 볼 수 있다' 등으로 말을 바꿨다고 고씨는 전했다.
고씨는 "'(합창단을 맡을) 후임 사제에게 고 자매는 요주의 인물이니 잘 보시라고 인수인계하겠다'는 신부의 말을 듣고 휴단 권고도 받아들일 수 없어 탈단했다"며 "내 입으로 그만두겠다고 말할 때까지 모욕을 준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씨에게 휴단을 권고했다는 성당의 신부는 휴단 권고 이유를 묻자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외부에 알려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신부는 지휘자 A씨에게는 어떤 처분이 내려졌느냐는 질문에는 "지휘자에게도 페널티(불이익)가 갔다"면서도 구체적인 불이익 내용은 "내부 일을 말씀드릴 이유가 없다"고 입을 닫았다.
천주교계 관계자는 "성희롱으로 비칠만한 발언이 있었고 이를 들은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을 한 사람에게 합당한 징계를 주는 게 마땅하다"면서 "피해자가 합창단을 떠나는 상황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