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설한 (교수신문 편집기획위원장, 경남대 교수)
여러분, 올 한 해를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어떤 말로 정리하시겠습니까? 교수신문에서는 매년 교수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요. 올해는 군주민수, 군주민수라는 사자성어를 뽑았답니다. 굉장히 생소하죠. 화제 인터뷰 이 말을 직접 뽑은 교수신문의 편집위원장 설한 교수 연결을 해보겠습니다. 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설한>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올해도 어김없이 발표하셨는데, 몇 년째죠?
◆ 설한> 2001년부터입니다. 그러니까 2016년, 16년째죠.
◇ 김현정> 올해는 ‘군주민수’ 너무 어려워요. (웃음) 무슨 뜻입니까?
◆ 설한> 군주민수는 임금 군(君), 배 주(舟), 백성 민(民), 물 수(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임금은 배, 백성은 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그런 뜻이라 하겠습니다.
◇ 김현정> ‘강물의 힘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그 배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뜻. 진짜 올해 생각해 보면 성난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까지 가게 했으니 딱 맞는 성어네요.
◆ 설한> 네. 이번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로 촛불 민심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또 대통령까지 탄핵까지 가결 된 현 시국을 빚댄 것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올해 상징하는 단어들을 후보들로 쭉 놓고 그중에서 교수님들이 투표하는 이런 방식이죠? 몇 분이나 투표하셨습니까?
◆ 설한> 올해 근 700명 가까이 되는 교수분들이 투표를 하셨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중에 1등은 군주민수였고 2등, 3등 어떻게 어떤 것들이 뽑혔습니까?
◆ 설한> 2위에는 ‘역천자망’ 그러니까 천리를,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자는 사망한다 뜻이고요. 3위는 ‘노적성해’ 이슬이 모여서 큰 바다를 이룬다는 의미입니다.
◇ 김현정> 역천자망, 노적성해, 군수민수, 다 좋은 뜻하고는 거리가 머네요?
◆ 설한> 모두가 군주민수 뜻과 유사하거나 현 정국을 빗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 정소영 님은 ‘저는요. 올 한 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헐~입니다.’ 이렇게 한마디로 보내주셨고요. 3702님은 ‘한마디로 촛불이다, 올 한 해는’ 이렇게 사자성어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문자들 보내주고 계시는데요. 그러고 보면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사자성어가 혼용무도였잖아요. 혼용무도,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었는데요. 그전에 뽑혔던 올해의 사자성어도 생각해 보면 지록위마, 도행역시, 거세개탁... 늘 좋은 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교수님.
◆ 설한> 네. 그렇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선정된 사자성어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씁쓸하고 아쉬운 기분을 지울 수가 없을 겁니다. 긍정적이기보다는 다 한결같이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고 좀 소모적인 분열, 갈등 양상을 반영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그랬죠. 희망적인 말들은 정말 선정되는 날이 없을까요?
◆ 설한>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돼야 하고 또 우리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겠죠. 우리 민족은 상당히 여러 번 역정을 겪으면서 결국 답을 찾아 저력의 역사를 일궈왔습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정치개혁, 사회개혁을 하는 모습에서 아마도 정의의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룩하게 되면 우리가 아마도 지나온 날들이 밝고 추억할 수 있는 날이었다는 자부심 속에서 아마 멋지고 희망찬 사자성어를 선정하게 될 것입니다.
◇ 김현정> 올해의 사자성어가 비록 ‘군주민수’ 강물이 화가 나서 배를 뒤집는데 이런 뜻의 군주민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 안에서 우리가 희망을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억울한 일, 정의가 아닌 일을 보면서도 불의를 보면서도 국민들이 참고 있지 않고 시민들이 참고 있지 않고 일어났다는 건 강물이 화가 나서 뒤집혔다는 건 어떻게 보면 희망이 남아 있다는, 희망 아니겠습니까?
◆ 설한> 네. 그렇죠.
◇ 김현정> 청취자 0690님은 ‘올 한 해 한마디로 하면 들통, 들통이다.’ 이런 문자들 보내주시는데요. 최현명 님은 ‘올 한 해는 SIRI 에 빠진 해다.’ 그러니까 실의에 빠진 해였다, 중의적인 의미로 보내주셨는데요. 교수님, 내년에 사자성어 또 정리할 때는 부디 이런 사자성어 뽑혔으면 좋겠다. 희망의 사자성어 하나 뽑아 주신다면요?
◆ 설한> 그동안 우리 좋은 말 놔두도록 왜 중국 고서에서 이 한 해를 읽어내는가 하는 불편한 지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교수신문에서는 한자 사자성어가 아니라 우리말로 된 새 희망의 노래를 갖다가 작년부터 뽑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맥락에서 제가 희망하는 내년의 희망으로는 우리 용비어천가에 잘 알려진 구절인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뽑고 싶습니다.
◇ 김현정> 좀 편하게 설명해 주세요.
◆ 설한> 네. 아무리 가물어도 시내를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는 우리말입니다. 내년 한 해 우리 모두가 냇물처럼 함께 유연하게 어우러져 그리고 냇물처럼 천천히 끈기 있게 흘러서 끝내는 통합과 번영의 큰 바다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 김현정> 듣기만 해도 뿌듯하네요. 통합의 큰 바다에 이루자... 내년에 그 희망의 사자성어 꼭 들어맞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설한>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였습니다. 교수신문 편집위원장 설한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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