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소환한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가 26일 게이트 핵심 인물 최순실 씨를 만나기는 했지만, 만남 그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
애초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최 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에서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을 출석시켜 현장청문회를 진행하려 했다.
이를 위해 최 씨와 떨어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안종범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에게는 이날 서울구치소로 출석하라는 특위의 동행명령도 내려졌다.
그러나 앞서 지난 7일과 22일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던 이들 3명 핵심 증인은 이날 출석도 거부해 현장청문회는 무산됐다.
독이 오른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최순실 씨는 만나야겠다며 이른바 '감방 심문'을 의결했다.
최 씨를 청문회 증인석에 앉히지는 못했지만, 최 씨가 수감된 곳으로 직접 찾아가 심문을 벌이겠다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순실 씨를 만나고 가면 국민이 이기는 것이고, 최 씨를 못 본 채 돌아가면 국민의 지는 것"이라며 감방 심문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성태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심문단은 서울구치소 측과 협의를 마친 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구치소 수감동에 도착했다.
위원들은 그러나 수감동에 도착해서도 1시간 30분여 동안 최 씨를 만나지 못한 채 구치소 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심문 장면 촬영 문제를 두고 위원들과 구치소 측이 격돌한 것이다.
위원들은 어떻게든 최 씨 심문 장면을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김성태 위원장에게만 휴대가 허용된 휴대전화로 심문 장면을 촬영하려 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김성태 위원장과 여야 특위 위원들이 26일 저녁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현장 청문회에 최순실 증인이 출석하지 않자 접견실에서 비공개 청문회를 한 뒤 나오고 있다. 이날 현장 청문회는 구치소쪽의 거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러나 구치소 측은 보안상 이유와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수감자에게 구치소장이 이렇게 절절매는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며 "서울구치소는 구치소가 아니라 최순실 보호소"라고 비난했다.
위원들과 최 씨 대면은 위원들이 촬영 일체를 포기한 오후 3시쯤에야 구치소 내 모처에서 시작됐다.
심문 장소가 최 씨가 수감된 방이 아니었으므로 '감방 심문'은 아니었다.
촬영을 포기하고 완전 비공개를 수용함으로써 이뤄진 최 씨 심문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 씨가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은 또박또박 답변하면서도 핵심적인 의혹 추궁에는 공소장에서 확인하라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은 물론 자신과 자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우 전 수석 장모 김장자 씨도 모른다고 강변했다.
또 국정 농단의 결정적 물증인 태블릿PC와 관련해서도 "2012년 태블릿PC를 처음 봤으며,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이미 차은택 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밝힌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인사 개입도 부정했다.
이밖에도 최 씨는 박 대통령과의 공모, 거액 재산 독일 은닉, 딸 정유라 씨의 이대 부정 입박 의혹 등도 모조리 부인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아이디어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최 씨는 주장했다.
최 씨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민은 종신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몇 년 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