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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학생들이 미친 교과서라고 부른다”

교육

    국정 역사교과서 “학생들이 미친 교과서라고 부른다”

    현역 역사 교사가 바라본 국정 역사교과서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여자중학교 송승호 역사 교사

    제주여자중학교 송승호 교사. (사진=제주CBS)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이 공개된 이후 전국적으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죠. 제주지역사회에서도 4.3에 대한 왜곡과 축소기재 된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발이 거센데요. 오늘은(26일) 직접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역사 선생님이 바라본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생각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제주여자중학교의 송승호 선생님 전화로 나와 계십니다.

    ◇ 류도성>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우선은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겠다. 이렇게 발표를 했을 때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송승호> 개인의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국가에서 교사들에게 이렇게 가르쳐라 저렇게 가르쳐라 마치 시녀처럼 대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고 또 학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없는 역사를 배우게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막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류도성> '아이들이 재미없는 역사를 배우겠구나'라는 생각은 무슨 말씀이세요?

    ◆ 송승호> 국정교과서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봤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이 사실 나열에 그치고 공부하는 방법이나 아이들에게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흥미를 잃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 류도성> 그러면 국정교과서 체제가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더 말씀하신다면?

    ◆ 송승호>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이라 한다면 정권에 따라서 역사서술이 달라지 게 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역사기록이 안될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아이들에게 편중된 사관을 갖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류도성> 정권에 유리한, 편중된 역사교육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시는 건데 그런 우려 속에 지난 달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이 일단 공개가 됐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렇게 판단하십니까?

    ◆ 송승호> 현실로 됐다고 보기는 했습니다만 이거는 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적용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교과서 체제를 국정화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역사전문가나 교사들이 반대했고 특히 이 부분에 학생들의 반대도 강했었거든요. 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책이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죠.

    ◇ 류도성> 말씀하신 학생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 부분은 어떤 얘기인가요?

    ◆ 송승호> 작년에 국정화를 추진할 때 학생들이 거리로 많이 나왔죠. 그걸 보면서 이게 학생들이 그냥 재미로 나왔다기보다는 학생들이 국정 교과서의 심각성을 알고 있구나. 자기들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올 것을 알고 있구나. 이런 것을 제가 느꼈고요. 그 과정을 통해서 교사 입장에서 아이들이 저렇게 거리로 나왔을 때 굉장히 무력한 감, 부끄러움도 많이 들었어요. 몇몇 선생님들하고 거리에 나가서 동참하고 그랬었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더 위험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고 학교에서 이렇게 몇몇 얘들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심지어 '미친 교과서'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학생도 있었거든요.

    ◇ 류도성> 많은 분들이 현장 검토본이 공개된 이후에 박 대통령의 효도 교과서다. 이런 평가를 하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잘못됐다고 보세요?

    ◆ 송승호> 지금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는 가장 큰 이유가 현대사 부분에서 박근혜정부에서 자기 아버지 시기의 내용, 치적들을 강조하려고 하는 그런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었고 실제로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여 집니다.

    ◇ 류도성> 현대사 말씀하셨는데요. 현대사 관련해서는 집필진들에 대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말씀 하고 싶으세요?

    ◆ 송승호> 집필자 몇 명을 보니까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고요. 그 분야에서 전공자들은 맞습니다. 법학을 전공했다든지 경제학, 심지어 군사학까지 전공자들이었는데 이 분들이 객관적인 사료를 가지고 공정한 판단을 해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체제의 역사를 기록하기란 것은 힘들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자기의 전공에 대해서 그걸 가지고 역사에 어떤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책을 만들어 낼 수는 있겠지만 전 국민이 배워야 되는 객관적인 역사를 서술할 수가 없다고 보거든요.

     

    ◇ 류도성> 객관적인 사료를 갖고서 역사를 기록할 수 없는 집필진이다. 이렇게 보시는 군요. 그런데 집필진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현대사 부분에서 말씀하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얘기들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송승호> 제가 볼 때는 집필을 한 사람들이 그런 이유를 단 것이 아니라.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모을 때 할 사람이 없어가지고 교육부에서 써줄 수 있는 사람을 모으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부분을 대변하는 김정배 씨 이런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누구나 역사를 쓸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이 사람은 자기가 역사가이면서 역사란 말의 의미도 모르는 것 같아요.

    역사는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 역사가가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서 어떤 가치를 부여하면서 해석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역사거든요. 그런데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역사를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이,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죠. 자기 나름대로의 역사를 근거해서 연구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역사를 서술하기에는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고 보여 집니다.

    ◇ 류도성> 제주지역사회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이라고 볼 수 있는 4.3이 축소기재가 됐고 왜곡이 됐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 송승호> 4.3사건 같은 경우에는 제주의 지역사회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교과서에 다룰 때 이 내용을 자세히 다루지 못한다면 최소한 4.3사건 진상보고서의 결론부분이라도 자세하게 다뤄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검토본에 나와 있는 내용은 아주 간단하게 4.3이란 이런 것이라는 용어 정리 정도 그런 수준에 그쳤고 내용도 보면 누구의 잘못에 의해 제주도 사람들이 많이 희생을 당했다. 이런 것들을 아주 애매하게 해놨어요. 그래서 이 4.3 사건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혼선을 줄뿐만 아니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기술이 되어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거죠.

    ◇ 류도성> 4.3을 용어정리 수준으로 축소 기재해놨고 오히려 더 혼란을 줄 수 있게끔 만들었다는 말씀이신데 그럼 지금 선생님이 가르치고 있는 교과서와 비교를 했을 때 4.3 관련해서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송승호> 제가 가르치는 건 중학교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자세하게 다루어지진 않지만 4.3사건으로 인해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많이 희생을 당했는데 주체가 누구냐는 분명히 구분이 되어있죠. 지금 현재 검인정 교과서에서는 국가권력에 의해서라고 되어있고 지금 검토본에는 그게 없어요.

    ◇ 류도성> 앞서서 선생님께서 국정교과서로 가르쳐봤다고 말씀하셨고 지금 또 검인정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까? 국정교과서와 검인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세대들의 차이가 있습니까?

    ◆ 송승호> 제가 50대인데요. 국정교과서 세대이지 않습니까? 지금 와서 제가 역사교사이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살아가는 하나의 시민으로서 제가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그 세대에 주입된 잘못된 생각, 가치가 내 삶에도 고스란히 피해를 주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애들은 우리 세대보다는 더 민주적이고 다양한 결정권을 많이 경험한 세대들이거든요. 그래서 의견이 다양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감, 그리고 자기가 관여되는 문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고 이런 것들이 상당히 다릅니다.

    검인정세대의 청소년들은 이 친구들이 커서 대학에 가서 지금 촛불혁명 같은 경우에도 직접 중고등학생도 많이 나오지만 대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검인정 교과서에서 배운 현대사가 자기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류도성> 그런 부분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사 선생님의 입장에서 우려가 된다는 말씀이시구요.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 있으실까요?

    ◆ 송승호> 이미 국정교과서에 대해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70% 가까이가 반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보는 입장에서는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교육부에서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못 보는 건지 아니면 시민을 대상으로 싸움을 하겠다는 것인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고 교과서가 나온다하더라도 거의 폐기수준이기 때문에 국가 예산낭비 이런 결과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빨리 시민들의 여론을 교육부에서 수렴해서 당장 폐기 시키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류도성> 네. 오늘은 직접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역사 선생님이 바라본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해서 얘기 나눠 봤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주여자중학교 송승호 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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