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27일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신상품이라 기대가 높지만, 현재 같은 지지가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 시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와 혼란을 겪는 제일 큰 이유는 자질도 능력도 없으면서, 공직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부패세력에게 국가 살림을 맡긴 결과다. 반 총장이 공직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례들이 드러나면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국민들의 선택 기준은 실적과 내용을 중시하는 것으로 변화된만큼 지난 8년간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과 그전 공직 생활에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는 질문을 (국민들로부터)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집단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당해서 신분을 세탁해 책임을 면하고 국민을 속이려는 시도 같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머리는 박근혜지만 몸통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해체로 책임지는 게 맞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과거 6·29 선언 후엔 3당 합당으로 국민을 속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분당하고 새로운 이합집산 방법을 통해 기득권 지위로 되돌아오려는 시도를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대기업·고소득자 증세해 국민 전반의 주머니 두둑하게 해야”향후 대한민국의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 수립 이후 70여 년 동안 특권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가 불법을 감행하고 불공정 경쟁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어왔다. 이 피해를 국민이 분담하는 비정상적 나라였다"며 "이를 청산하고 정상적인 나라,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권력 영역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없애고 검찰권력 등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특히 "경제 영역의 불공정 해소가 중요하다"며 "미국의 뉴딜 정책을 차용해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고소득자의 세금을 늘리고 나아가 국민 전반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것이 경기 침체를 탈출하는 길"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대기업의 증세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국민 모두가 혜택 받는 복지의 확대, 더 나아가 기본소득 논의의 시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차기 정부로서도 관심을 갖고서 북한의 개혁과 개방,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인권개선 노력은 하되 이게 지나치게 내정간섭 형태까지 가지 않도록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제재와 압박을 계속한다고 해서 북핵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선동성 주장"이라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안보상 이익이 크지 않고 중국과 관계만 손상을 입는다"며 "국익 측면에서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美민주당 기득권, 아웃사이더 도전 막았지만 대선에서 져”…민주당 주류‧文 겨냥?
영국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상황을 언급하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영국 정치권은 원하지 않았지만 영국 국민은 브랙시트를 선택했다. 미국도 공화당의 비주류라고 할 수밖에 없는 트럼프가 공화당 기득권을 넘어 공화당을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민주당도 버니 샌더스라는 혈혈단신의 아웃사이더가 돌풍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민주당의 기득권은 샌더스의 도전을 막아내는데 성공했지만 결과는 국민들에 의해 점령당한 공화당이 국민들과 버니 샌더스의 도전을 막아낸 민주당을 이기는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샌더스와 같은 '아웃사이더' 로 표현하면서 민주당에서 당권과 대권을 쥐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친문그룹을 버니 샌더스의 돌풍을 막아낸 미국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에 빗댄 것으로 읽힌다.
이 시장은 또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닌 용기와 결단력"이라며 "'싱크(think)'가 아닌 '액트(act)'의 문제다. 싱크탱크가 아닌 액트탱크가 필요하다"며 야권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싱크탱크를 발족하고 연속 토론회 등을 이어가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듯 한 발언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