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 따른 계란 공급 부족으로 국민생활과 관련 업계 전반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계란값 급등에 주부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음식점과 제빵업체들은 계란을 구하고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AI 피해가 본격화된 이달들어 계란값은 정신없이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의 계란 30개들이 1판 가격은 1만원을 넘어섰다. 계란 1판이 닭고기 1마리는 물론 한우 100g보다 더 비싸졌다.
대형마트들은 이달들어 4차례 가격을 올렸다. 대형마트의 계란값은 한 달만에 20% 가량 뛰었다. '1인 1판' 구매제한으로 맘대로 살 수도 없는 실정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산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면서 "AI 사태 수습 여하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동네 음식점에선 계란 메뉴가 사라지고 분식집의 라면과 김밥에 들어가는 계란은 줄었다.
서울의 한 파리바게트 매장
대형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1위 베이커리전문점인 파리바게트는 계란공급량이 40%가 줄면서 계란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19개 제품의 생산을 지난 23일부터 중단했다.
문제는 앞으로 계란 공급망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다. 계란 수요가 많은 설 연휴가 다음달 말로 다가오는데 AI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알을 낳는 산란계는 국내 전체의 30%나 살처분됐다. 산란계를 다시 키워 알을 낳기까지는 6개월이 걸린다. 계란 공급이 원상회복되려면 내년 6월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외국계란 수입과 면세 등으로 공급 확충에 나섰지만 항공 운송료 등으로 국산 계란보다 단가가 많이 비싼데다 수입절차도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계란을 많이 쓰는 제빵업계 등은 AI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애를 태우고 있다. 자체 공급선을 확보한 대기업 역시 농장들이 속절없이 뚫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리바게트 관계자는 "현재로선 생산 재개 시점을 말할 수 없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외국 신선란 수입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란 관련 제품을 정상적으로 생산‧판매 중인 뚜레쥬르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현재 생산 중단이나 가격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가까스로 공급량을 맞추고는 있지만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내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AI 사태로 살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 수는 2700만 마리를 넘고, 이중 산란계는 2000만 마리 이상 살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