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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박근혜는 왜 직무정지를 무시하나?

정치 일반

    [Why뉴스] 박근혜는 왜 직무정지를 무시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헌법재판소가 3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심리를 본격화하기 위한 변론 절차에 돌입한다.

    그런데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벽두부터 직무의 연속으로 보이는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를 연데 이어서 수시로 공개적인 대국민메시지를 내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직무정지를 무시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헌법 65조 3항에 따라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 아닌가?

    = 박근혜 대통령은 신분상 대통령이지만 직무상은 대통령이 아니다. 직무가 정지됐고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다. 헌법학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신분은 대통령이 맞지만 직무상으로는 대통령이 아니다. 헌법 65조 3항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이 정지됐다"고 말한다.

    ▶ 대통령으로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거냐?

    = 그렇다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인 박근혜로서 할 수 있는 일'만 할 수 있다. 헌법학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선택 교수는 "신분은 대통령이지만 직책으로서는 대통령이 아니다"면서 "사적행위 외에는 할 수 없다. '자연인 박근혜'로서만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신분은 보장되니까 급여를 받고 차량을 이용하고 관저에서 생활은 할 수 있지만 청와대 공적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청와대 참모들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선택 교수는 "공무원들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서는 안 된다. 거부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는 위법하기 때문에 그걸 따르는 공무원도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도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해야지 대통령을 보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된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는 간담회에서의 발언 내용을 떠나 기자간담회 개최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면서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사유를 하나 더 추가하였다"고 말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그런데 앞으로 또 기자간담회나 이런걸 열겠다고 하는데?

    =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밝힌건 아니지만 그런 뉘앙스의 애드벌룬을 띄운 건 사실이다.

    연합뉴스가 2일 오후에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필요하다면 진실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타이밍을 봐서 필요하다면 적절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소통의 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의 보도 이후 여러 언론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박근혜 정부가 연합뉴스를 통해서 이런 걸 흘리고 다른 언론이 받아쓰는 형태가 반복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건 당시 정상적으로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 직무정지된 대통령이 그렇게 해도 되는 거냐?

    =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헌법과 법률에따라 대통령에게 권한과 직무를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탄핵소추를 당했다. 자숙해도 모자랄 것인데 자신이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도열해서 간담회에 배석했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병풍처럼 대통령을 둘러쌌다.

    심지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하고는 '검찰이 공정하지 않다'며 출석하지 않았고 오늘 열릴 헌재의 공개변론에도 출석하지 않는다.

    1000일이 다 되도록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의 행적에 쉬쉬하다가 갑자기 '정상적으로 보고 받고 체크했다'고 횡설수설 변명만 늘어놨다.

    박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왜냐하면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날 저는 정상적으로 이 참사, 이 사건이 터졌다 하는 것을 보고 받으면서 계속 그것을 체크를 하고 있었어요. 보고를 받아가면서. 그날은 마침 일정이 없어서 제 업무 공간이 관저였는데, 제가 가족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는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다 되어 있고, 또 필요하면 손님도 만나고, 또 접견도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위민관에서 할 수도 있고, 본관에서 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좀 일정이 특별하게 없으면 제가 그동안 조금 밀렸던, 막 바쁜 일을 하다 보면 계속 쌓입니다. 보고서라든가 결정해야 될 것, 그러니까 제가 그런 것을 그런 날은 계속 챙겨요. 그래서 저녁때 되면 오히려 더 피곤해져요. 왜냐하면 저는 한번 몰두를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챙기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 지나고, 저녁때가 되면 더 허리도 아프고 막 어깨도 아프고 그럴 정도로 챙기고. 또 토요일, 일요일 어떤 때는 밀렸던 것을 하지 않으면, 자꾸 밀리면 한도 없기 때문에 대개 휴일도 그렇게 보내는 때가 많은데, 그날은 마침 일정이 비었기 때문에 그것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보고가 와서…"

    자신은 뭔가를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무슨 말인지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왜 그러는 거냐?

    = 첫 번째는 자신이 직무정지됐다는 사실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1일 청와대 관저에서 참모들과 '떡국 조찬'을 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느닷없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가졌다. (취임후 상춘재를 이용하는 것도 처음이다. 평소에는 사용하지도 않다가 직무정지 되니까 자신의 변명을 위해 처음 이용한 것이다.) 식사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지만 그기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을 자신의 개인 참모로 착각하는 것 같다.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이하 모든 직원들은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신분은 대통령이지만 직무는 할 수 없다. 당연히 참모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하는데 그걸 모르는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선택 교수는 "공직이 뭔지를 모르는 행동이다. 공사구분을 전혀 못한다.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직무정지된 박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거나, 공무원 임명, 부처 보고 청취 및 지시, 정책현장 점검 등 일상적으로 해오던 국정 수행도 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탄핵심판의 시계를 최대한 늦춰서 특검수사의 예봉을 피해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탄핵심판은 빠르면 1월말 늦어도 2월 초순이나 중순에는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헌재의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파면이 될 경우 특검수사에 불응할 명분도 힘도 잃게 된다.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혐의가 확인될 경우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버티기에 올인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헌재의 파면결정을 최대한 미뤄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 "파면이 안 돼야 이름뿐인 대통령직이라도 유지해야 특검 수사의 예봉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기에 올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세 번째는 탄핵소추안 기각을 꿈꾸거나 획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꿈꾸는 탄핵소추안 기각 시나리오는 일단 탄핵심판의 시계를 늦추는 것이다.

    탄핵심판의 시계를 늦추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월 31일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다. 그리고 3월 13일에는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새로운 헌재소장이나 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기 때문에 7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판관 9명 중 소장을 제외하고도 대통령 몫의 재판관이 2명이다. 그 두 명이 탄핵소추안에 반대하거나 1명이라도 평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심리자체가 열릴 수 없다고 한다.

    임지봉 교수는 "탄핵 기각은 어렵겠지만 내심 기각을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면서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간 나갈때까지도 결정을 못하게 미루도록 버티면 7명만 남고, 그 중 2명만 반대하면 기각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걸 노리면서 기사회생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착각이라고 본다. 정상적인 상황인식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 번째는 지지층 결집을 촉구하는 의도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헌법학자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의도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박 대통령은 탄핵인용은 어쩔 수 없지만 탄핵당하는 시기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시간을 끌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시간까지는 가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지지자들에게 주기적으로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면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게 되고 그렇다고 입을 닫고 가만히 있으면 대통령이 죽은 줄 알게 된다"면서 "그래서 존재감도 드러내고 지지층 결집시키고 그래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할려는 그런 전략이 아닌가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 교수는 특히 "여권에서 출마하려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시간이고, 그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탄핵반대 운동을 조직하는 것이니 그런식으로 갈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된 행동"으로 분석했다.

    다섯 번째는 다른 공범이나 피의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창렬 교수는 "특검수사와 재판 등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을 의식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갈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구속됐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공범들에게 내가 살아야 너희들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사진=전여옥 한나라당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여섯 번째는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전여옥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1월1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간담회를 보면서 '참 기이하고 독특하다'는 생각을 또 한번 했다.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아서"라고 분석했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나라 국민이란 '나의 백성(my people)'이다. 대한민국 세습왕조의 계승자인 본인에게 촛불을 드는 국민은 몹쓸 백성이며 보도를 하는 언론은 거짓매체"라는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 한다면 직무정지 중에 자신의 일방적인 변명만 늘어놓는 기자간담회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내가 중대본에라도 빨리 가서 현장에서 어떻게 하는지 그걸 해야 되겠다 해 가지고 가려고 그러니까 경호실에서는 제가 어디 간다고 그러면 확 가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경호하는 데는 요만한 필수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마음대로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중대본에도 조금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하여튼 그쪽도 무슨 상황이 생겨서 그렇게 해서 확 떠나지를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했어야할 행동을 경호팀 탓으로 돌리고 또 중대본으로 돌리는 모습은 자신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접만 받는 '공주'의 지위에만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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