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안보 부처는 4일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도 사드 배치나 위안부 한일 협정, 대북 강경·압박 기조 등 '박근혜표'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탄핵 격랑 속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사드 배치나 한일 위안부 협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북 강경책 강행 등 치열한 논란이 있었던 현안들에 대해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날 외교안보 부처들의 신년 업무보고는 이런 방침을 재확인하며 쐐기를 박은 셈이다.
우선 북한관련 정책에 대해 외교부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을 통해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고 주민 인권문제로 압박을 계속하는 등 강경·압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방부도 강력한 한미동맹 아래 미사일 대응 능력을 높이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한편, 유사시 북한 전쟁 지도부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할 특수임무여단 창설을 앞당기기로 했다.
통일부 역시 강력한 제재 기조를 유지할 것을 천명하면서 지난해 새로 만든 북한 인권법을 바탕으로 북한주민 인권개선 사업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조는 대북강경책의 재검토를 꾸준히 주장해온 야권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결국 탄핵정국 속에 정부가 야권과 또 다시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야당의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야권 주요 대선주자들이 반대했던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 측의 사드 반발과 관련해서는 유관 부처와의 협업을 통한 대응 및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피해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던 한일 위안부 협정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한일 관계의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 정책을 그대로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에서 다수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현 정부의 이같은 정책기조에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전면 폐기를 주장해 온데다, 기존 야당의 반대는 물론 개혁보수신당(가칭)도 짐짓 '야성'(野性)을 드러내고 있고, 심지어 새누리당 마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과도기적 성격을 가진 현 정부가 정책 수정도, 유지도 힘든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고위 외교당국자는 "오히려 어떤 것(조기대선 등)을 염두에 두면서 정책을 대충하는 자세를 취하면 정책의 모멘텀이 상실되거나 크게 약화돼 우리 스스로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서 밀릴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과도기적 성격인 권한대행 체제에서 (올해 전체를 통틀어)'신년'업무보고를 하는 그림 자체가 적절치 않게 해석될 수 있다. 탄핵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6~7월에 또다시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수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정부가 기존 정책을 새해 업무보고에서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새 정부 들어서기 전까지는 기존의 정책방향이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각종 정책기조에 있어 여러 문제가 지적돼 왔기 때문에 탄핵이 현실화된다면 (상당한 부분 수정이 이뤄져) 재보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