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씨 (사진=박훈규 독립PD 제공)
건강상의 이유로 앞서 두 번이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에 불응했던 최순실씨가 4일 다시 출석을 거부했다.
이번 불출석 사유는 다름 아닌 '정신적 충격'이었다.
최씨는 지난달 24일 특검팀에 출석해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27일, 31일 두 차례에 걸친 특검팀의 거듭된 소환에 불응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확하게 전달받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정유라의 체포 소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한 뒤 "소환 불응하면 체포 영장 발부 등 강제 구인 절차를 밟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특검, 겉으론 '압박용', 속으론 '대국민용'
이규철 특검 대변인.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난 2일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체포되면서 특검수사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씨를 두고 최씨와 특검 사이에 교묘한 수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최씨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정씨는 특검 입장에서 줄곧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최씨의 입을 열게 할 '훌륭한' 압박용 카드다.
특검은 조건부 귀국 의사를 밝혔던 정씨에게 "수사 대상자와 협상은 없다"며 일축하면서도, 곧바로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에 들어간 이유도 최대한 빨리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송환 절차 진행과 동시에 특검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정씨가 송환 불복 소송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에둘러 최씨를 압박했다.
또 특검은 정씨가 송환되는 즉시 긴급체포할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의 한계는 정씨의 귀국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특검이 정씨를 손에 쥔 것도 쥐지 않은 것도 아닌 형국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정공법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 하기로 했고, 기간이 늘어지는 부분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순실, 겉으론 '충격', 속으론 '시간끌기'
최순실 씨. 자료사진
최씨 측도 이런 특검의 한계 지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듯 보인다. 정씨의 조기 송환을 장담할 수 없는 특검의 '겁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씨측은 표면적으로 충격에 빠져 동요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정씨의 체포 사실을 역이용해 '시간끌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최씨가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이날 특검 소환에 불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더구나 정씨가 관련된 모든 혐의를 엄마인 최씨에게 돌리고 있는데다, 송환돼 체포되더라도 이화여대 학사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 정도가 적용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도 "정유라씨는 중범죄자가 아니다. 학사관리와 관련해서는 학사 징계사유에 불과하다"며 특검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씨측은 정씨의 아이 문제도 보모가 돌보고 있어 특검의 판단만큼 우려할 부분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정씨에 대한 송환 절차를 서두르는 듯 보이지만, 최씨의 입을 열 확실한 증거들이 준비되면 강제소환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최씨 소환을 위해 '뇌물죄' 등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힌 것도 최대한 최씨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은 최씨를 강제소환 하더라도 혐의를 부인하고 입을 열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정유라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순실씨측은 특검의 압박 카드 자체가 어차피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조건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