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칭)개혁보신당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참석자들이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선거 연령을 현행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하루만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오락가락 행보 때문인데 보수 본색을 벗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보수신당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은 5일 오전 열린 창당준비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별도로 그 문제(18세 인하)를 논의해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 연령을 18세로 하기로 전체 합의를 봤다"고 했던 전날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선거연령 18세 인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 꾸준히 요구해 왔던 이른바 '개혁이슈' 가운데 하나로 이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여야 합의처리가 관례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에 개혁보수신당이 가세할 경우 새누리당도 강하게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사안이다.
선거연령 18세 인하에 대한 보수신당의 입장 선회는 권성동 의원 등 전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일부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구 정책위원장은 당시 "일단 찬성 기류가 우세하다"고 밝혀 당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불과 하루만에 '추후 토론 등의 과정을 거쳐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신중모드로 돌아섬에 따라 선거법 개정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조기 대선에서 만 18세를 맞는 청소년들의 투표권 행사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선거연령 인하에 제동을 건 보수신당 일부 의원들은 충분한 의견수렴과 토론 과정이 없었다는 이유를 댔지만, 만 18세로 낮췄을 때 이들이 보수 후보보다는 진보 진영 후보를 선호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자료사진)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만 18세가 되는 인구는 전체 유권자의 1.2%인 62만 7천명이다. 만약 4~5월에 조기대선을 하게 되면 30만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돼 대선 판세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보수신당의 입장 선회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명색이 공당이면서 외부에 발표했던 것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은 참 민망하다"며 "얄팍한 당리당략식 표계산을 하지 말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개혁보수신당은 당명을 수구보수신당으로 개명하라"고 비판했다.
보수신당이 선거연령 인하에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당 내부 갈등도 예상된다.
당내에서 선거연령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던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8세면 국민의 4대 의무를 모두 지게 된다. 의무는 부여하면서 것은 의무와 권리의 불균선거권을 주지 않는 형"이라며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신당은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