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일부 당 중진들이 제기하는 비박계 및 반기문 연대설에 선을 그으며 야권 대선주자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일주일간 숙고의 시간을 가진 그는 국민의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선(先) 자강론'을 제시하며 세력을 다잡아가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5일 오후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전시회인 '2017 CES(Consumer Electronic Show)'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비박계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설을 일축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 원내대표 선거 이후 일주일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선, 안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련이 없어야 한다 ▲개혁 의지가 충만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이 개혁적인 사람들이어야 한다 등의 3가지 기준을 정권교체로 정의했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는 반 전 총장이 그럴지 의구심"이라며 "어떤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고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해 '반기문 연대설'을 일축했다.
반 전 총장의 싱크탱크에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대거 합류한다는 소식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의당 일각에서 비박계가 만든 개혁보수신당 및 반 전 총장과의 연대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힘이 약하니 연대가 우선이라고 말하는 분이 있지만 저는 반대되는 생각"이라며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 세력과의 연대 전에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강해져야 한다는 '선 자강론'으로 정동영 의원이 언급했던 것과 같은 입장이다.
이번 대선이 문재인 전 대표와 자신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그는 "박 대통령 당선을 도운 사람은 자격이 없다"며 "새누리당이 쪼개졌지만 양쪽 다 이번에는 다음 정권 욕심을 낼 자격이 없고 대선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 비박계를 견제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가 며칠간의 숙고 끝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은 비박계의 신당 창당과 반 전 총장의 입국을 계기로 국민의당에 각종 연대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등 일부 호남 중진 의원들은 "친박-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어 안 전 대표와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연대를 둘러싸고 안 전 대표와 의원들간 메시지가 달라 혼선이 빚어지자 당 내부에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이용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안 전 대표와 당이 엇박자가 나는 것 같게 비쳐지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반기문 연대설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 민심과는 다소 배치되는 만큼 성급한 언급을 자제해야한다는 것.
안 전 대표는 귀국 후에 관련한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혀 당내 노선을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