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의가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상임전국위는 비대위원 구성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1시간 40여분 만에 무산됐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인적쇄신을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만들기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6일 결국 무산됐다. 서청원 의원의 집요한 방해 공작이 먹혀든 결과다. 인 위원장 등 지도부의 집중적인 견제에도 여전한 서 의원의 영향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 246호 상임전국위 회의장은 개의 시간이 임박했지만 빈 자리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재적위원 52명 중 과반인 27명을 넘겨야 회의가 시작되지만 20명에도 미치지 못한 1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쇄신 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당 지도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 박맹우 사무총장과 김명연 대변인 등 당직을 맡은 의원들은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며 참석을 독려했다.
한편에서는 참석한 사람들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당직자들은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화장실까지 따라가고 전화 통화를 위해 회의장을 빠져나가면 곧바로 뒤쫓아 나갔다.
한 시간이 지난 오후 3시에야 가까스로 20명을 넘겼지만 정족수에는 7명이나 모자라자 회의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왜 못나가게 하냐"는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회의 진행을 총괄하는 박 총장은 초조한 얼굴로 연신 땀을 닦으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상회의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어서 온 사람까지 붙들고 막고 있다"며 전날 저녁부터 전화를 돌려 불참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서 의원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당에 몸 담았던 원로라는 분들이 참석을 막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참석대상)도 (데리러) 가고 있는 중이다. 이해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기도 했다.
비대위원 후보로 거론됐던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대변인 등은 회의장 주변까지는 왔으나 참석을 꺼리고 있는 위원들을 찾아 국회 곳곳을 다니는 한편, 전화통을 붙잡고 설득 에 여념이 없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 핵심 의원들의 탈당을 요구하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 등으로 강력 비난하며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상임전국위 진행을 맡은 한 당직자는 "서청원 의원실 보좌진들이 국회 본관 1층에서 참석하는 상임위원 얼굴을 일일이 확인해 체크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서 의원의 위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종 참석자는 25명. 두 명만 더 참석하면 정족수 27명을 채울 수 있었지만, 지도부의 끈질긴 설득에도 나머지는 위원들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국회에 도착해 본청 주변을 맴돌다가 의원들이 직접 찾으러 나서자 뿔뿔이 흩어졌다는 후문이다.
설득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정우택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들어왔다.
성원이 됐다는 보고 대신 회의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는 연락을 받고 회의장에 들어온 인명진 비대위원장장은 "오늘 이 사태에 대해서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