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검정교과서 '부실화'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상 2년 이상 걸리던 검정교과서 발간 기간을 1년으로 줄이도록 해 국정 교과서에 이어 검정 교과서마저 '부실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교육부는 지난 주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 방침을 2018년부터 적용하기 위해 현행 1년 6개월로 돼 있는 검정교과서 최소 개발시한을 사실상 1년 정도로 줄이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고시했다. 당초 2018년부터 전면 국정화를 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국검정 혼용으로 한발 물러서려다보니 나온 고육책이었다. 현재 2009 교육과정을 담은 역사 검정교과서는 있지만 2015 교육과정을 반영한 검정교과서는 없는 상황이다.
검정교과서를 일선학교에 내기 위해서는 집필(출판사)-심사(교육부)-인쇄(출판사)-주문(일선학교)의 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2년 이상이 걸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화를 준비하려다 보니 검정 교과서는 개발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촉박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필기간을 최대한 보장하되 심사 등 행정기간은 단축하려 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시간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상반기 중에 집필을 완료하고 9~11월 중 집중심사를 해서 올 12월에는 일선학교들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집필기간을 보장한다 해도 실제 집필기간은 6개월 정도 밖에 안돼 부실화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김태우 회장은 "역사 국정교과서에 오류가 많은 것은 형식과 체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짧은 집필기간 때문이기도 하다"며 "1년안에 검정교과서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부실교과서를 만들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실제로 내가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2007교육과정 역사 검정교과서도 지난 2008년에 쓰기 시작해 2010년에야 끝났다"고 설명했다.
검정교과서를 발행하는 일선 출판사들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A출판사 관계자는 "2015 교육과정이 반영된 타 과목 검정교과서의 경우 이미 2015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지난해 12월 초고가 제출됐다"며 "통상적으로 집필,심사,납품까지는 2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역사 검정교과서의 경우 아직까지 집필기준조차 발표되지 않아 시간이 더욱 촉박하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역사 검정교과서도 '부실화'논란이 불거지면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은 "무리하게 내년까지 새 검정교과서를 내기 보다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다른 모든 과목은 2015 교육과정이 반영된 새 교과서를 쓰는데 역사만 2009 과정의 헌 교과서를 사용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어서 검정교과서 부실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