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핵심 공약이었던 월드컵 본선 출전권 확대를 현재 32개국에서 48개국까지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FIFA는 더욱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얻게 됐다. 황진환기자
변화에 직면한 ‘축구 잔치’ 월드컵.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평의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2026년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현재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월드컵 출전국 확대는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이 회장 선거 당시 내걸었던 대표적인 공약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더 많은 국가에 월드컵 출전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32개국을 40개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덕분에 많은 지지를 얻어 당선의 영광을 맛봤다. 이후 인판티노 회장은 40개국이 아닌 48개국까지 월드컵 출전권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결국 모두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의 확대는 단순히 각 대륙의 출전권 증가에 영향이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나라에서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를 즐기는 만큼 FIFA가 얻는 경제적 이득은 분명 늘어난다. FIFA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수입을 55억 달러(약 6조6000억원)로 예상했다. 하지만 48개국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65억 달러(7조 8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6장이나 늘어난 출전권 덕에 각 대륙에 분배될 몫도 크게 늘었다. 특히 현재 4.5장이 주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인판티노 회장이 40개국으로 확대될 경우 6장의 출전권 배분을 약속했던 만큼 최소 7장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덕분에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이란과 한국, 일본, 호주가 주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것과 달리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의 월드컵 본선 진출도 충분히 가능해졌다. 특히 중국의 월드컵 출전은 FIFA에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은 “그동안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월드컵을 즐겼던 중국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축구 열기로 상당히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전 세계 축구선수 이적시장을 선도하는 중국은 세계적인 지도자와 선수의 영입에 그치지 않고 유소년 육성도 추진 중이다. 월드컵 본선 출전국 확대가 10년 뒤 실현될 경우 16억 인구의 중국 시장이 가져다줄 경제적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출전국의 확대가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경기 수준 저하와 선수 혹사 논란 등 다양한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지난해 프랑스 대회에서 본선 출전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며 전체적인 대회 수준의 저하 논란에 시달렸던 만큼 월드컵도 같은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다. 더욱이 약소국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공격이 아닌, 수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팬들이 원하는 화려한 축구가 아닌 실리적인 축구로 축구 본연의 재미가 저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출전국의 확대로 월드컵 기간이 늘어나며 선수들의 휴식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은 소속팀의 반대를 부르는 분명한 요인이다. 유럽 축구 클럽 연합체인 유럽클럽협회(ECA)가 인판티노 회장의 월드컵 본선 출전권 확대를 가장 반대했던 바로 그 이유다. 프리메라리가 역시 FIFA의 월드컵 본선 출전권 확대 결정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