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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절망의 끝엔, 결국 '희망'이… '다른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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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절망의 끝엔, 결국 '희망'이… '다른 길이 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사진=영화사 몸 제공)

     

    19일 개봉을 앞둔 '다른 길이 있다'(감독 조창호)는 몹시 우울한 영화다. 등장인물들은 일말의 기대도 가지기 힘들 것 같은 삶을 그저 유지해간다.

    수완(김재욱 분)은 어릴적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가짜로 입원해 있는 괴짜 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있다. 그와중에 딱한 사정을 고백해 눈감아준 음주운전자가 사람을 치는 바람에 합의금까지 나눠 내게 생겼다.

    정원(서예지 분)은 결혼식이나 각종 가게 개업식에서 손님 몰이를 하는 도우미로 일하며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본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니고 있고 그때문에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영화는 각각 '검은새'와 '흰새'라는 닉네임으로 만나 2월 15일 춘천 누에섬에서 동반자살하기로 약속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들을 원하는 대로 '죽어서' 삶의 무게를 덜 수 있을까.

    ◇ 오랜 기다림 끝 개봉… "하나의 기적을 이뤘다"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조창호 감독, 주연 배우 김재욱과 서예지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다른 길이 있다'는 2015년 제작돼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된 바 있다. 햇수로 3년 만에 빛을 보게 된 만큼, 영화에 대한 출연·제작진의 애정은 남달랐다.

    영화 '폭풍전야' 이후 7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조창호 감독은 "(영화 개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앞으로 기적이 많이 일어나겠지만 하나의 기적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봉 전부터 영화를 8번이나 관람했다는 서예지는 "사실 개봉을 못할 줄 알았다"며 웃었다. 서예지는 "못한다기보다는 안하고 있길래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개봉이 확정돼) 굉장히 감회가 새롭다. 8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지치지 않고 금방 끝난다는 게 저희 영화가 희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저도 딱히 말은 안 해서 그렇지 굉장히 많이 봤다"고 말문을 연 김재욱은 '다른 길이 있다'가 배우로서 기다리고 있던 시나리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다, 혹은 배우들이 어떤 느낌으로 읽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딱 그런 작품이었다"며 "운명적으로 이런 작품 찍어보고 싶다고 어디선가 희망하던 시나리오를 만났다. 영상도 너무 만족하게 잘 나와서 제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뜻깊은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캐스팅 계기를 묻자 조 감독은 "작품을 두 분께서 선택해 주신 것 같다. 무한 감사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재욱, 서예지를 처음 만난 날을 회상했다. 조 감독은 "수완 역할을 실제로 착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적어도 제가 처음 만났을 대 느낌은 '이 사람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였다. 또, 이미 다 결정해 놓고서도 뭔가 한 번 더 되돌아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확신 앞에서 서성거리는 그런 느낌이 수완 캐릭터와 무척 닮아 있어서, (김재욱이) 제게 와 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서예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서 감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소리나 눈빛에서. 뒤돌아보면 꼭 맞는 얘기 같진 않는데 그 순간에는 맞게끔 들리는 거다. 이런 신뢰감을 주는 캐릭터가 선택하는 시나리오라면 나도 관객도 동의하면서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김재욱)과 신뢰를 주는 사람(서예지)이 앙상블을 이룰 때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김재욱-서예지를 감화시킨 장면은

    왼쪽부터 '다른 길이 있다'의 배우 김재욱, 조창호 감독, 배우 서예지 (사진=김수정 기자)

     

    영화속에서 감화되는 장면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김재욱은 "볼 때마다 달라진다"고 고백했다. 그는 "요즘 볼 때 가장 가슴 아픈 씬은 제가 나오는 씬이 아니다. 정원이가 방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씬을 볼 때마다 너무너무 아프더라. 촬영할 때 많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예지 씨도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서 이상하게 더 애정이 가고 아픈 씬"이라고 설명했다.

    서예지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완가 만나서 '난 느껴요'라는 대사를 칠 때의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원이는 늘 드러내지 않고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여서, 장면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리얼리티' 때문에 겪은 아찔한 에피소드

    영화에는 빙판과 연탄이 등장한다. 수완과 정원이 선택한 자살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험함을 무릅쓰고 찍어야 하는 씬이었기에 두 사람은 이 과정에서 다소 긴박한 경험을 해야 했다.

    서예지는 "정원이는 계속 차 안에서 고통스러웠다. 연탄(피우는 장면)을 CG 도움을 받아서 해 주실 줄 알았는데 굉장히 진지하게 '진짜 연탄을 마시면 안 되느냐'고 하셔서 (이 영화는) 육체든 마음이든 정신이든 무엇이든 쏟아부어야 되는구나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불안했다. 제가 죽을까봐. 다행히 살려주셔가지고 잘 찍었다"며 웃었다.

    김재욱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촬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속 여쭤봤는데 감독님은 말씀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얼음 한복판에 자기가 서 있는 사진 보여주시면서 '수완아, 오늘은 여기까지 얼었다. 나 여기까지 왔어. 괜찮을 것 같아'라고 세뇌시키더라"라며 "막상 (얼음 위에) 올라가면 굉장히 안정감이 있다. 한강 한복판에 누워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고요함 속, 알 수 없는 해방감 속에서 묘한 쾌락을 느꼈다. 오히려 춘천 호수 얼음이 굉장히 불안했다. 그땐 정말 목숨걸고 찍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이같은 배우들의 토로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라고 말끝을 흐려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그는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끌고 와 영화를 만들 때에는 감독의 윤리적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다"며 "얼음은 제가 경험을 좀 미리 해서 죽지 않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시 건질 수 있다는 나름의 확신 속에 진행했다. 스태프 두 분이 (호수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절대 수완에겐 알리지 말라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예지씨 연탄가스는 미안하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 우울하고 아프지만, 깊이 있는 '희망'이 있는 영화

    삶을 빨리 끊어내 '죽음'에 다다르고 싶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이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조 감독은 "사람들은 (누군가) 죽고 나면 이유를 가늠한다. 이 이유가 죽을 만한가. 천 개의 죽음이 있다면 천 개의 사인이 있고, 어떤 죽음을 단정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당사자가 아프면 그만큼 아픈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태생부터 여러 가지의 일들이 점철돼서 어떤 선택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아픔에 대해 물리적으로 잴 수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조 감독은 "여러가지 사건들도 일어나고 저희가 좀 피곤한 인생 살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영화 보셨던 시간만이라도 괜찮은 시간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예지는 "저희 영화는 다소 우울하기도 아프기도 하지만 좀 깊이있는 희망이 있는 영화"라며 "피땀흘려 만든 영화니까 두세 번 봐주셨음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욱은 "규모만 작다 뿐이지 저희 영화가 절대 작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큰 영화란 사람 맘에 얼마나 감동을 주느냐로 결정된다고 본다. 그 기준에 따르면 ('다른 길이 있다'는) 어디에 내놔도 절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른 길이 있다'는 전신마비로 누워있는 어머니를 돌보는 정원과 경찰로 일하지만 삶의 의욕을 잃은 수완이 우연히 동반자살을 계획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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