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업무보고에서 최근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 움직임에 대해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전망을 들어보겠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란 입장을 밝혔다.
성영훈 권익위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가진 사전브리핑에서 "농축수산물 또는 화훼, 요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고용이 침체되는 상황에 대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또 경제부처의 건의나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책검토 지시 배경 역시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3·5·10 가액한도 규정에 대해서도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사회적인 또는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운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방향 규범이기에 국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이한형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타격이 너무 큰 것 같다"며 시행령 개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요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 위원장은 "그럼에도 권익위로서는 현 시점에서 시행령 개정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 여러 면에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단 명절 등 특수한 기간이나 국산 농수축산물에 예외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시행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 위원장은 "농축수산업체나 화훼단체에서는 적용 배체가 가액 상향을 요구하지만, 학부모단체나 시민단체는 오히려 엄격한 가액기준을 요구한다. 또 지난해 12월 3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가액기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55.2%,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14.9%, 현행 유지가 70.1%였다"고 반박했다.
또 시행 3개월을 갓 넘긴 지금 시점에서 성급하게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이미 경제부처와 규제개혁위가 격론을 벌인 끝에 2018년 12월 31일까지 시행해보고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도록 이미 규정해뒀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청탁금지법의 원래 취지대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경청할만 하지만, 청렴한 풍토와 사회적 신뢰에 대한 중요성도 우리가 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성 위원장은 '경제적인 피해'와 청탁금지법 사이에 연관성도 제대로 입증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청탁금지법과 현재의 경제상황에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가 있는지, 가액을 올리면 과연 소비심리와 내수가 회복될지에 대해 확실한 예측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경제부처에서 황 권한대행 지시에 따라 실시하고 있을 실태조사에서 이런 부분들이 꼼꼼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도 물가상승률 반영을 검토했었다. 3만원이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약 5시간을 일해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가액기준을) 단순히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산술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행 후 100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액을 높이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실태조사를 해보고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란 권한대행의 지시대로 우리도 실태와 전망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