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스포츠토토 빙상단에 사직서를 내고 물러난 이규혁 총감독.(자료사진)
'최순실 파문'에 연루된 의혹을 받은 '빙속 스타' 이규혁(39) 스포츠토토 빙상단 총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스포츠토토 빙상단 관계자는 1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규혁 감독이 지난달 중순 사직서를 냈고 수리도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기간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는데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수선해지면서 이 감독이 재계약을 포기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후임자는 이달 설날 연휴가 지나면 공모를 통해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와 함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 이 감독은 전무이사, 장시호는 사무총장으로 센터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센터를 통해 동계스포츠와 관련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스포츠토토 빙상단 사령탑도 윗선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초 빙상단 창단은 최순실의 측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주도해 진행됐다. 연봉 1억 원이 넘는 사령탑도 공모가 아닌 낙점으로 이 감독이 앉게 됐다. 빙상단 관계자는 "공모는 없었고, 윗선에서 적임자로 이 감독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흠결이 있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이라는 업적을 쌓았지만 고교 시절인 1994년 12월 성 추문에 휩싸였다. 국가대표로 일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해 외국 여자 선수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너무 어릴 때였고 술을 마신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면서 "성폭행과 같은 문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빙상연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항의를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이 사실을 알고도 이 감독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감독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장시호가 영재센터를 앞세워 삼성에서 16억 원을 지원받고, 문체부에서도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받는 등 이권 개입에 이 감독도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이 감독은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은 더 이상 팀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빙상단 관계자는 "이 감독이 그동안 팀을 잘 이끌어왔는데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